시리아 내전에서 승리한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 주도의 과도정부가 중앙은행 총재에 여성을 임명했다. 시리아가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여성이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건 처음이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고위직 여성 기용은 이슬람 사회에서 차별받아 온 여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강조해 미국 등으로부터 테러단체 해제를 이끌어내고, 경제 제재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3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과도정부는 중앙은행 총재에 마이사 사브린 부총재를 임명했다. 사브린은 시리아 다마스쿠스대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5년 이상 중앙은행에서 근무했고, 2018년부터 다마스쿠스 증권거래소 이사로 활동해 왔다. 사브린은 향후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브린 기용이 이슬람권, 나아가 국제사회에 시리아 과도정부가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과도정부는 여성 정책 담당 부서 책임자로도 인도주의 여성 활동가인 아이샤 알 딥스를 지난해 12월 22일 임명했다. 아사드 알 시바니 과도정부 외교장관은 “시리아 여성은 자신의 존엄성과 지위를 유지하는 자유로운 조국을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해 왔다”며 “우리는 여성의 대의와 함께 설 것이며 그들의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HTS가 과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며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또 미국인의 시리아 투자 금지, 시리아산 석유 또는 석유제품 수입 금지, 시리아산 석유 거래에 미국인 관여 금지 등 다양한 경제 제재를 시행 중이다.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12월 20일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과도정부 측과 접촉한 뒤 “우리는 시리아의 여성과 다양한 민족 및 종교 공동체를 포용하는 대표성 있는 정부가 탄생하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HTS의 테러단체 해제나 대(對)시리아 경제 제재 완화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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