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유족들 지장 찍고 울며 돌아가”… 北내부서 러 파병 전사자 소문 퍼져
우크라 “北병사들 오래된 소총 소지”
바이든, 트럼프 취임 20일 앞두고… “우크라에 25억달러 추가 군사지원”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줬는데, ‘어떤 말도 밖에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류에 지장(指章)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전쟁이나 전투 훈련에서 군인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전사증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며 ‘발설 금지 서약’을 요구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RFA는 북한 평안남도에 있는 유가족의 말을 인용해 “유가족들도 자녀들이 러시아로 파병 갔다가 사망한 것을 짐작했지만 당국이 이를 알리지 못하도록 해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18일 개천시 당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평안남도 도청 소재지)에 가서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받았다”며 “전사증을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 행사에서 도당 간부가 ‘(동생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은 10명가량이었고, 전사자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걸로 알려진 북한군 특수부대 폭풍군단 소속이었다고 한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27일 덕천시 당위원회에서 군인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알렸다. 그는 “당국은 군인들이 영예롭게 전사했다는 말만 하고 사망 경위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군부대는 유가족에게 사망 원인과 장소를 밝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점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한미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주 파병 사실을 지난해 10월 공식 확인한 뒤 북한군 전사 사실이 우크라이나군이나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북한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 우크라 군 “북한군 망가진 수류탄으로 전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열악한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한 사실을 전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이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며, 무전기 같은 현대적 장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소지한 수류탄에 대해 “F―1 또는 소련식 수류탄이 아니라, 완전히 망가진 RGO 수류탄(공격용보다 무거운 방어용)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RFA는 마카루크 하사가 이와 관련된 문서나 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아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1만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최근 7∼8일간 1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백악관 발표를 언급하며 “쿠르스크 지역 내에서 북한군이 가하는 공격이 그 정도의 효과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바이든, 퇴임 앞두고 대규모 추가 군사 지원
러시아의 파상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에 25억 달러(약 3조6825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20일 앞두고 나온 조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나의 남은 임기 동안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의 누적 군사 지원액은 614억 달러(약 90조4422억 원)에 달한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를 앞두고 300명 이상의 전쟁 포로를 교환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자국 군인과 국경 수비대, 민간인 등 189명을 인계받았다. 이번 전쟁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포로 교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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