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美항공안전재단 대표, 위치 지적… “조사팀, 구조물 영향 들여다 볼것”
조종사 출신 항공안전 컨설턴트
“콘크리트 둔덕, 사망 심각성 높여… 국제항공기구 권고 준수 안한 듯”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방위각 시설)’는 활주로 끝에서 최소 300m 밖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Flight Safety Foundation)의 하산 샤히디 대표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탑승객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부터 264m 지점에 설치돼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 로컬라이저가 국토교통부의 설치 기준 고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 안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도 이를 문제 삼은 것. 샤히디 대표의 항공안전재단은 항공 안전, 운영 개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조직으로 꼽힌다.
베테랑 조종사 출신으로 유명 항공 안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존 콕스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의 모든 로컬라이저 등 설치물은 “깨지기 쉬운(frangible) 구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히디 대표 역시 “로컬라이저는 적절한 높이에 배치돼야 하고, 충돌 시 쉽게 파손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2m가 넘는 둔덕의 재질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한 것. 특히 콕스 씨는 “(둔덕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구조물이 부상과 사망의 심각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샤히디 대표는 “조사팀은 이 구조물이 없었을 시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도 했다. 탑승객 생존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게 합동조사팀의 주요 과제가 될 거란 의미다.
국토부 등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1차 착륙을 시도하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엔진 이상이 발생해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전문가는 현시점에선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착륙 바퀴)가 고장 난 것으로 단정하긴 힘들다고 했다. 샤히디 대표는 “랜딩기어 고장은 기계적 결함이나 유압 시스템 고장은 물론이고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콕스 씨 역시 “조류 충돌은 통상 경미한 손상만 초래하지만 때론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 전개를 방해하는 이유가 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미끄러져 간 것에 대해 샤히디 대표는 “동체 착륙한 항공기는 착륙 후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며 “접근 및 착륙 과정에서 플랩(Flap·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보조 조종장치)이 작동하지 않으면 착륙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빨라진다”고 분석했다. 콕스 씨도 “슬랫(Slat·양력 장치)과 플랩이 착륙 위치에 있지 않아 접근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왜 이를 전개하지 않았는지가 조사에서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종사와 관제탑 간 통신 장애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과 관련해선 두 전문가 모두 “긴급 상황에선 관제사와의 통신이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항공기 통제나 장애물, 지면으로부터 안전 항로 확보 등이 우선시되는 만큼 통신 문제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보잉 737-800’ 기종 자체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선 두 전문가 모두 “이 기종은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됐고 우수한 안전 기록을 가진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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