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는 자유로워… 한일, 다극화된 세계서 열린 공간 활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15시 21분


협상 걸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동맹 관계 만들어야
美 주도 새롭게 펼쳐질 자유 공간 활용할 구상 필요

국제정치학자 진보 겐 일본 게이오대 교수. 아사히신문 제공

“한국, 일본 등 모든 동맹국은 (트럼프 행정부) 미국에 있어서 비용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한일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본의 미일 관계 전문가인 진보 겐(神保謙·50) 게이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미국을 앞에 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을 걸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동맹국 간의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진보 교수는 미국 주도하에 새롭게 펼쳐질 국제 질서에 미국의 동아시아 양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미칠 영향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미일 각국 국내 정치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세 나라 모두 그 말대로 됐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합의 때 세 나라가 합의한 안보 협력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날 때다.

대외 정책은 국내 정치에 연장선일 뿐이다. 앞으로 크게 흔들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와 크게 다른 점은 북한에 대한 안보 우려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것을 생각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완화해도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없다. 신임 미 국방부 부장관으로 임명될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정책차관에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 등도 (대북 압박에) 같은 생각일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한일 모두 정책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이 옳더라도 비용은 동맹국인 일본,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에 비유하면,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대외 관여를 구독하고 있는데, 새 행정부에서는 구독료가 훨씬 비싸다는 뜻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부담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미국이 동맹을 배제할 우려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모든 동맹국을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대해 ‘미국 이익을 위한 기반’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고 이것이 협상력이 됐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을 짐으로 보고 대가를 제대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면 우리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어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당선인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북한을 겨우 알았다. 2016년 단계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우선순위론자인 콜비가 들어왔고,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아시아 태평양을 중시하는 계획의 무대가 상당히 갖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2025년 상반기는 기본적으로 대결 모드이고,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우크라이나라는 느낌이 든다. 순서가 있는 것 같다.

―향후 한미, 미일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야 할까.

“일본과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100% 에너지를 쏟는 것은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다극화되는 세계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협력해야 한다.

미일은 서로를 마주하는 관계로 보기보다는, 양자 관계를 고려하면서 미일 너머에 펼쳐진 세계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브릭스, 중국, 아세안(ASEAN), 남아시아 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한국 역시 이미 세계 경제에 깊이 관여돼 있고 자체적인 인도 태평양 전략도 만들었다. 한미 관계가 (한국 외교에서) 50% 이상 차지하는 중요한 태도임은 틀림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동맹국에)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너희들 마음대로 자가용을 타고 어디든 가도 상관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자유로운 공간을 어떻게 외교 구상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발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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