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돼 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부터 끊기며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몰도바에선 ‘난방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몰도바 내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나무 땔감을 구하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공급했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기존에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유럽에 공급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했고 공급도 중단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는 경로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튀르크스트림’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영이 중단됐다. 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튀르크스트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 세르비아에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미리 대비해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몰도바의 경우 워낙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지만 아직 미가입 상태라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하지만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 중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오전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를 끊고, 병원 등 필수시설에만 가스를 공급했다. 대체연료인 나무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 전화까지 개설됐다. 일각에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몰도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