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도구가 치명적 무기로” 차량테러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일 03시 00분


구하기 쉽고 민간인 공격 유리
IS “테러에 적극 이용” 지침 내려
車돌진 사고 70% 2014년 이후 발생
“가난한 사람의 대량살상무기”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테러 차량에서 이슬람국가(IS) 깃발과 폭발물이 발견되면서 ‘차량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일상생활에 빈번하게 쓰이는 차량이 치명적인 테러 무기로 사용되면서 공포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차량 테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미네타 교통연구소(MTI)에 따르면 1963∼2019년 의도적으로 차량을 돌진시켜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사건(총 184건)의 70%가 2014년 이후 발생했다. 2016년 차량 테러를 독려하는 지침을 내린 IS는 2014∼2017년 전 세계에서 17건의 차량 테러를 일으켜 173명을 살해했다. 반(反)이슬람주의 테러에도 차량이 동원됐다. 지난해 12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성탄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군중을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범행 동기가 극단주의 이슬람과 무관한 차량 테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하이에선 이혼 후 재산분할에 불만을 품은 62세 남성이 차량으로 사람들을 덮쳐 35명이 숨졌다. 2017년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는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차를 몰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로 돌진해 36명이 죽거나 다쳤다.

차량 테러가 늘고 있는 건 차량이 총이나 폭발물 등에 비해 구하기가 쉬운 데다 보안 검색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내부 문서에서 “폭발물이나 무기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공격자가 차량을 이용하면 최소한의 경험이나 훈련으로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자동차가 “가난한 사람의 대량살상무기(WMD)”가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야외 활동이 늘면서 차량 테러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차량 테러가 정부기관 등의 고위급 인사가 아닌, 일반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많은 도시들이 차량 테러를 막기 위해 차량 진입 차단장치나 바리케이드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교통 불편 등을 초래할 수 있어 테러를 완전히 막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러토야 캔트럴 뉴올리언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새해 전야에 경찰관이 300여 명이나 배치됐지만, 가해자는 의도적으로 바리케이드를 우회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독일 성탄 시장 사고에서도 가해 차량은 구급차 전용 차선을 뚫고 들어가 시민들을 덮쳤다.

#이슬람국가(IS)#차량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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