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전화 돌린 트럼프, 공화 이탈표 막고 존슨 하원의장 선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03시 00분


골프 치던 트럼프, 과반 미달 소식에… 반대 2명에 “오래 끌지 말자” 전화
표결 종료 직전 반전… 장악력 보여줘
트럼프, 국경보안 강화-감세 등… 하나의 패키지 법안으로 추진할듯

3일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제119대 의회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된 뒤 취임 선서를 마치고 의사봉을 내려놓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3일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제119대 의회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된 뒤 취임 선서를 마치고 의사봉을 내려놓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인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막후 지원사격에 힘입어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3일 재선출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공화당 장악력을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여세를 몰아 ‘트럼프표 최우선 공약’으로 꼽히는 국경보안 강화와 감세, 정부 지출 축소를 하나의 패키지 법안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기사회생 존슨, 당내 강경파에 휘둘릴 듯

이날 하원의장 선거에서 존슨 의장은 과반에 못 미치는 21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5일 하원의원 선거에서 전체 435석 중 219석을 얻어 민주당(215석)에 4석 차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단 두 명만 공화당에서 이탈해도 존슨 의장이 재선출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로 꼽히는 토머스 매시, 랠프 노먼, 키스 셀프 의원이 지지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다.

존슨 의장의 기사회생을 가능케 한 건 의장 선거 당시 골프를 치던 트럼프 당선인의 직통 전화였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당선인이 셀프, 노먼 등 두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일을 더 오래 끌지 말자”고 요청했다고 4일 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노먼 의원에게 “당신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 후보로 나선) 니키 헤일리를 찍었지”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표결 종료 선언이 이뤄지기 직전 두 의원이 “존슨 지지”로 입장을 바꿔 존슨 의장은 과반인 218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투표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며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의 승리는 존슨 의장의 권력이 얼마나 취약하고 ‘트럼프 의존적’인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내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10여 명이 목소리를 높이면 존슨 의장이 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추진

미 하원의장 선출이 마무리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세금 감면, 지출 감축, 국경 안보 등 최우선 입법과제를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추진하자”는 뜻을 존슨 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의장이 4일 비공개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폭스뉴스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상하원 모두 5월까지 이 법안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그동안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참모진이 구상해 온 ‘투 트랙’ 전략과 상반된다. 이들은 취임식 직후 국경보안 관련 예산 집행을 먼저 해결한 뒤 감세와 정부 지출 축소 등 복잡한 싸움은 하반기로 미룰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감세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면 법안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공화당 주도로 도입된 감세 정책이 올해 만료를 앞둔 상황이기에 법안 연장의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패키지 협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도 폴리티코에 “어느 당도 수십 년 동안 같은 해에 예산조정법안 두 개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하나의 법안’ 전략을 지지했다.

다만, 당내에선 실패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미 CNN방송은 “이 정도 규모의 법안은 여러 유관 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협상도 훨씬 오래 걸린다”며 “(근소한 다수당이어서) 실수가 용납될 여지가 거의 없는 공화당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트럼프 충성파#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