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국 중장년층의 음주, 약물, 성병, 범죄율 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들 자녀 세대의 음주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과 정 반대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1960~70년대 ‘히피 운동’과 ‘성 혁명’으로 상징되는 서구권의 반(反)문화를 겪은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55~75세에 해당하는 이들이 “성적 자유와 약물, 록 음악을 실험했던 세대들”이라고 짚었다. 전후(戰後)에 태어났거나 성장기를 보내면서 사회적 관습의 붕괴, 에이즈(AIDS)의 유행, 이혼율 증가 등을 경험한 이들이 장년에 접어든 뒤에도 과거의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여론조사회사 갤럽에 따르면 2003~2023년 미국인들의 음주 경험율은 18~34세의 경우 72%에서 62%로 줄었지만, 55세 이상에서는 49%에서 59%로 늘었다. 프랑스와 호주에서도 노년층의 주류 소비량이 젊은 층에 비해 덜 줄거나 되레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코카인을 사용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55~64세의 비율이 15년 동안 8배 증가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영국에서 2022년 약물 남용으로 사망한 사람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3%였는데, 이는 20년 전의 13%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였다. 영국 리버풀대의 약물 전문가 피오나 미샴 교수는 “젊은이들은 약물중독과 관련해 정보나 조언을 적극 구하고 있지만, 중년층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성병 유병률도 늘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에서 임질 사례는 2010년 대비 2022년에 약 6배, 매독은 7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에서는 2019~2023년 사이에 매독 감염자가 15~24세에선 다소 줄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이 늘고 데이트앱 사용 등이 활발해지면서 중장년층의 성생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한 원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하지만 이들은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성병을 예방하는 방법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층의 출산율이 줄며 중장년층에게서 손주 돌봄의 부담이 없어지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은퇴자 간 ‘부(富) 격차’가 커지면서 ‘외로운 베이비붐 세대’가 늘어나는 것도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체포된 남성들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2년 5%였지만 2022년에는 15%로 세 배 증가했다. 오스트리아 싱크탱크인 유럽사회복지정책연구센터는 “고립되고 외로운 노인은 병원에 머무는 기간이 길고 입원율이 더 높다”며 ‘불행한 노인’들이 늘어날수록 사회의 부담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사회는 자녀세대가 망가지는 것을 걱정하지만, 부모세대를 걱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음주, 도박, 흡연 등에 대한 정부의 연구조사와 캠페인을 청소년뿐 아니라 중장년층 이상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성 의학 전문가인 메리 수잔 풀검은 WP에 “노인의 정기 검진에 성 건강 관련 질문을 포함해야 한다”라며 관련된 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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