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나치 독일의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극우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나치 친위대(SS) 출신 안톤 라인탈러가 1956년 창당했으며 반(反)이민 친(親)러시아 성향인 자유당을 이끄는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57·사진)가 연정 구성을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합의를 이끌어내 총리에 오른다면 유럽연합(EU) 전체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6일 키클 대표에게 중도우파 국민당과의 연정 구성 협상을 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자유당을 배제한 ‘극우 제외 연정’을 추진했지만 연정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으로 4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자유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약 29%를 득표했다. 2차대전 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의 1위는 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자유당은 다른 정당과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2위 국민당과 3위 사회민주당이 연정 구성 협상에 돌입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이에 따라 다시 자유당에 연정 구성의 공이 넘어왔다. 이번에도 협상이 실패하면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지만 국민당이 추가 선거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연정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클 대표의 총리 취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021년 6월부터 자유당 대표를 맡고 있는 키클 대표는 “오스트리아를 게르만족 요새로 만들겠다”는 등 강경 발언을 거듭해 왔다. EU 전체의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 제재에도 부정적이다. 이런 그가 집권하면 오스트리아를 넘어 EU 전체의 이민,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음 달 23일 총선을 실시하는 독일에서도 자유당과 비슷한 색채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에 이은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AfD 역시 총선 후 연정 구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또한 지난해 6월 총선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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