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젤렌스키 측근 인용해 8일 보도
출마 단서로 유일한 적수 꼽히는 잘루즈니 불출마 달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이어가기 위해 연임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텔레흐라프는 8일(현지시각) 익명의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재선 출마 결정이 이미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를 결심한 근거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전히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에서 조사한 국민 신뢰도 지표에서 52%라는 준수한 성적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인터뷰 때마다 앞으로 자신이 수행할 역할을 강조해 왔던 점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거듭 드러내 온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다만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지낸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우크라이나대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환경에서 재선에 나선다는 조건이 달렸다. 현재 잘루즈니 대사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잘루즈니 대사는 총사령관 재직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거론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잘루즈니 대사가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매체는 그 때문에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잘루즈니 대사에게 젤렌스키 대통령 편에 서기를 권유했으며 이를 수용한다면 베르호우나 라다(의회) 의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설명했다.
한 우크라이나 정치권 소식통은 잘루즈니 대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총사령관 재직 중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잘루즈니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불화설 끝에 지난 2월 군 총사령관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그의 국민적 인기 때문에 정적(政敵)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전쟁 중 젤렌스키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빚어왔다. 잘루즈니 대사가 서방 당국자와 비밀리에 종전 회의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현재까지 잘루즈니 대사는 정치인으로 등판한 적이 없다. 당적을 얻거나 창당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치적 지지 세력이 부족해 만약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시장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정상 대선이 치러져야 했던 지난해 3월31일 우크라이나는 선거 없이 지나갔다.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계엄령 아래 선거는 열리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려면 휴전이나 종전으로 계엄령이 해제되거나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둘 다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선거 때 예정된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해 5월20일이 지나면서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연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의적 정당성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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