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자 600억 위안(약 12조 원) 규모의 환율 안정용 채권을 발행해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5일 홍콩에서 총 600억 위안 규모의 6개월 만기 중앙은행 증권을 발행한다고 9일 밝혔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채권이다. 채권이 발행되면 홍콩 현지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런민은행은 국제 통화로서의 위안화 위상을 높이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방식을 종종 써왔다. 다만 이번에 발행하기로 한 600억 위안은 런민은행이 홍콩의 채권 입찰 시스템을 통해 증권을 정기적으로 발행한 2018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중국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건 지난해 11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1% 떨어진 7.33위안로 2023년 9월 8일(7.36위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 이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대중 고관세 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위안화 약세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의 고관세 부과가 자국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런민은행이 일단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BNY의 아시아태평양 수석인 위쿤 총은 “달러의 강세 속에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위안화 절하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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