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에 쇠사슬-수갑… 美법정 선 테라 권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03시 00분


檢 “대규모 사기” 權 “무죄” 주장
자료 방대해 내년 1월 본격 재판

8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 1305호. 개나리색 반팔 점프슈트 죄수복 차림의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사진)가 나타났다. 양팔을 붙잡은 두 명의 법정 경관과 함께였다. 권 씨의 허리에는 육중한 쇠사슬이 한 바퀴 감겨 있었고, 두 손은 사슬과 연결된 주황색 수갑에 결박돼 있었다. 한때 수십 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개발하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그가 미국에 끌려온 중범죄자 신세가 됐음을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 폴 A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재판에 대한 첫 사전심리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송환이 확정된 뒤 2일 약식 심리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열리는 첫 정식 재판이었다. 미국 정부를 대리하는 검찰은 2일 제출한 79쪽 분량의 공소장 내용을 설명하며 “권 씨는 마치 테라·루나가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돌아가는 가상화폐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거짓이었다”며 “이 사건은 4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하고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낳은 대규모 사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 씨 변호인은 “테라·루나에는 분명 알고리즘이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3명의 변호인단과 함께한 권 씨는 두 시간에 걸친 심리에서 질의와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변호인이 준비해 온 서류를 읽고 정면을 주의 깊게 응시했다. 또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귓속말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재판 개시를 1년 뒤로 잡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권 씨에 대한 재판 시작 날짜를 내년 1월 26일로 잡았다. 검찰이 “살펴볼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자료의 상당수가 한국어라 번역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 씨의 이메일, 소셜미디어 X 계정, 휴대전화 4대를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내년에 재판이 시작되면 판결까지 4∼6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 씨는 미 검찰로부터 상품 사기, 증권 사기 등 총 9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3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심리가 끝난 뒤 권 씨는 다시 두 명의 법원 경관에 의해 허리와 손이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여 교도소에 다시 구금됐다. 다음 사전 심리는 3월 6일에 열린다.

#테라·루나 사태#테라폼랩스#권도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