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폐금광에서 불법으로 금을 캐려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지하에서 기아와 탈수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13일(현지시각) BBC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남아공 사우스웨스트 지역 스틸폰테인 폐금광 안에 있던 수백 명 중 최소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 광부 지원 단체 MACUA는 여전히 500명 이상이 금광 안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구조된 일부 채굴꾼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해당 영상에서는 어두운 금광 갱도에 시신 수십 구가 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 제발 도와달라”는 목소리도 담겼다.
채굴꾼 중 일부는 지난해 4월부터 금광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하 2.5km 깊이에 있는 폐쇄된 금광에 무단 침입했다.
이들이 당국의 무리한 통제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인지 체포될까 두려워서 나오기를 거부하다 숨진 것인지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금이 풍부한 남아공은 불법 채굴 문제로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채굴꾼은 대부분 레소토나 모잠비크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다. 남아공 당국은 불법 채굴로 연간 약 10억 달러(1조 4000억 원)의 손실이 난다고 밝혔다.
MACUA는 당국이 금광 밖으로 연결된 밧줄을 없애버리면서 채굴꾼들이 안에 갇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한 채굴꾼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남아공 당국이 폐쇄 금광을 단속하기 위해 봉쇄했다.
같은해 11월 남아공 당국은 이들을 금광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식량과 물 반입도 중단시켰다.
일부 채굴꾼은 내부에서 바퀴벌레나 치약을 먹었다고 밝혔다.
반면 당국 관계자들은 이들이 체포를 피하기 위해 지하에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광물자원에너지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들이 갇혔다고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갱도에서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민간 구조 업체 등의 도움으로 26명이 구조되고 시신 18구가 수습됐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xunnio41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