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일 해질 때쯤 국경 침입 멈출 것… 불법 이민자 모두 추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1일 03시 00분


[트럼프 취임]
트럼프, 대대적 反이민 정책 선언
‘식인 캐릭터’ 한니발 렉터에 비유… “무서운 살인자들” 강력범죄자 몰아
취임 첫주 최소 300명 체포 계획… ‘집중단속 타깃’ 시카고 긴장 고조

‘Y.M.C.A.’ 노래에 맞춰 자축 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집권 축하 행사에서 가수 빌리지피플과 함께 이들의 히트곡 ‘Y.M.C.A.’에 맞춰 춤추고 있다. 그는 대선 유세 때부터 이 노래를 즐겨 사용해 왔다. 워싱턴=AP 뉴시스
“‘한니발 렉터’보다 무서운 살인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부터 대대적인 반(反)이민 정책을 집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집권 축하 집회에 등장해 강력 범죄를 저지른 후 미국에 온 불법 이민자를 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유명한 ‘식인(食人) 캐릭터’ 한니발 렉터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에는 우리가 허용한 것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 있다. ‘렉터 캐릭터’는 허구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또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군 병력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를 대거 추방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넘어서는 추방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경장벽을 건설하고, 남부 국경에 미군을 배치하며,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가석방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또한 폐기하기로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 첫 주에만 중범죄 이력이 있는 최소 300명의 불법 이민자를 체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불법 이민자도 많은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든 불법 이민자 추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일(20일) 저녁 해가 질 때쯤 국경 침입은 멈출 것”이라며 “모든 불법 침입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향에 가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불법 이민에 관용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으로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가 무더기로 미국에 몰려왔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고 그들 중 다수가 살인자다. 이들은 거칠고 무자비하다”고 우려했다. 또 “취임사에서 소개할 국경안보 조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국경 복구 노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불법 이민자 입국률’ 차트까지 직접 보여주며 민주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 이 입국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쏘아 올린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는다고 했다. 이어 “모든 불법 이민자 갱단과 범죄자를 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반이민 정책을 담당할 인물들의 면면도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의 집행을 예감케 한다. ‘국경 차르’로 기용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인권 탄압 비판을 받았던,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의 격리 정책을 주도했다. 2기 때도 이 정책을 재도입할 뜻을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또한 트럼프 1기 때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정책을 관장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 긴장 높아지는 시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의 주요 장소로 거론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일대의 긴장 또한 고조되고 있다. 시카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꼽힌다.

다만 연방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이 임박하자 시카고 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때와 달라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를 받아들이고 연방정부와의 물리적 충돌 대신 주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시카고 시의회의 라틴계 의원 2명은 15일 중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에 한해 차기 행정부가 원활하게 단속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했다. 현지 유력 일간지인 시카고트리뷴 또한 사설에서 “시 당국이 호먼과 만나 그의 계획을 들어야 한다. 강경 단속이 불러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추이 가르시아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은 “이민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역사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취임#트럼프 2기#반이민 정책#불법 이민자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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