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토 확장은 신의 뜻, 멕시코만 이름 미국만으로 바꿀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2일 03시 00분


[트럼프 2기 개막]
트럼프, 취임사서 ‘노골적 팽창주의’
“중국서 파나마운하 되찾아올 것”… 영토 주권 흔드는 고강도 압박 발언
‘미국’41회 언급… “다시 富 늘리겠다”
비공식 연설선 “2020년 대선 조작”

트럼프, 성경 밑에 손 두고 취임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운데), 장녀 이방카를 대동한 채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회 로툰다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관례대로면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지만 이날 그는 성경 밑에 손을 두고 선서했다. 선서 절차를 주관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대통령 가족이 채 입장하기도 전에 행사를 빠르게 진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은 다시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할 것이다. 개척자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사에서 ‘팽창주의’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의 공동 해역인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고 중남미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며 주권 침해에 가까운 고강도 압박 발언을 이어 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세계의 경찰’ 노릇을 포기하고 미국 이익에만 집중하겠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집권 2기에서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주변국 영토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트럼프식 팽창주의’ 기조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도 포함돼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영토 확장은 신(神)의 뜻”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가장 위대하고 강력하며 존경받는 국가”라며 “(이에 맞는) 정당한 위치를 되찾고, 전 세계의 경외와 찬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지만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준 것”이라며 “이젠 미국이 되찾아오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영토 확장 의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명백한 운명)”란 표현을 썼다.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건국 초기 개척자들이 자신의 활동을 정당화하며 “신(神)이 부여한 운명”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또한 그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부터 미국은 자유로운 독립국가”라고 선포했다. 그는 집권 1기 취임사에서 “이제부턴 미국이 우선”이라며 “매 순간, 매 결정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2기 취임사를 두고 “1기 때보다 노골적이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고 풀이했다. 1기 때는 미국이 손해본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반면 2기 때는 선제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설명했다.

● ‘미국’ 41회 언급… 역대 최다

백악관 홈페이지 사진 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날인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웹사이트 대문 사진이 개편됐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와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백악관 웹사이트 캡처
백악관 홈페이지 사진 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날인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웹사이트 대문 사진이 개편됐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와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백악관 웹사이트 캡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845단어로 이뤄진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America)’을 총 41회 언급했다. 1기 취임사(34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취임사(38회)를 모두 앞질렀다. 이 외 ‘미국인’(21회), ‘우리나라’(18회), ‘다시’(14회) 등도 자주 등장했다. 1기 취임사와 비교할 때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8년 전에는 ‘살육(carnage)’ ‘황폐(disrepair)’ ‘쇠퇴(decay)’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지만 이날 이런 거친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 뒤 의회 내 ‘노예해방홀’로 자리를 옮긴 뒤 진행한 비공식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완전히 조작됐다”고 강조하는 등 특유의 거친 화법을 이어 갔다.

취임식 뒤 워싱턴의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축하 행사에서도 거듭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간단한 위기도 관리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해외에서의 재앙적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가자전쟁,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서의 혼란, 캘리포니아주의 대형 산불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취임#미국 우선주의#팽창주의#美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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