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에만 행정조치 46건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지지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방정부 공무원의 신규 채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조치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였다. 그는 이날 반(反)이민, 화석에너지 장려 등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징하는 행정조치 46건에 서명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된 행정조치 78건을 철회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에만 총 46건의 행정조치(행정명령 26건, 각서 12건, 선언문 4건, 임명 4건)에 서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조치 중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내려진 조치 78건을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포함돼 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서명만으로 정책 추진이 가능한 행정조치를 최대한 활용해 반(反)이민을 포함한 미국 우선주의 공약들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바이든 행정부의 흔적을 없애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초부터 강력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스톰’으로 집권 1기 때 완성하지 못한 ‘트럼프식 아메리카니즘’ 기조를 정착시키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불법 이민자의 망명 금지, 국경 장벽 건설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각종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존 무역협정을 재점검하고 무역 적자의 원인을 조사하라고도 지시했다. 고율관세 부과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또 친(親)환경,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등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한 정책도 속속 폐지했다. 그는 집권 1기 때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다시 가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유명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이 협약에서 다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 기후 정책 등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색채를 지우려는 시도”라며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등 ‘트럼프식 의제’를 강하게 도입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취임 때도 전임자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13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선 자신의 국정 운영 원칙 등을 밝히는 취임사를 통해 “미국의 황금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포한 뒤 “나는 임기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능력(nuclear power)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도 했다. 집권 2기 중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할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反MAGA 관료 1000명 해고”… 의회난입 1500명은 사면
첫 SNS 글 ‘해고 고위관료 4명 공개’ “불법체류자 범죄땐 더 적극적 사형” ‘美출생 자동 시민권’ 제도도 폐지 NYT “헌법상 권리… 변경할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두 명의 군인,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를 대동한 채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 축하 무도회에 참석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본뜬 케이크를 자르려고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 당일 총 46건의 행정조치에 서명하며 ‘미국 우선주의’로의 대전환을 알렸다. 이날 쏟아진 행정명령(26건)과 각서(12건), 선언문(4건), 인사명령(4건)은 법 개정 없이 대통령의 재량만으로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그는 이날 취임식을 마친 뒤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서명한 ‘1호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졌던 행정조치 78건을 한꺼번에 철회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열린 2차 서명식에선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킨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취임 직후 첫 행보로 ‘바이든 정권 지우기’와 ‘진영 나누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 행정조치에는 여러 개의 세부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날 발동한 26건의 행정명령은 백악관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4대 핵심 의제’ 중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
이 중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Make America Safe Again)’의 골자는 불법이민자 단속 및 국경보안 강화다. ‘미 역사상 최대의 불법 이민 추방’을 공약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더 철저히 심사하고, 국경보안에서 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 제도와 미국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도 중단된다. 이로 인해 미 정부로부터 정착 허가를 받았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1660명을 태울 카불발 비행편이 이날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더 적극적으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하며 “사형은 흉악범죄와 폭력범죄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데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키로 한 방침도 철회했다.
● ‘딥스테이트 청산’ 조치들 줄줄이 서명
백악관이 내놓은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연방정부 조직 개편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필수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채용 동결 △연방 공무원 상당수를 해고가 자유로운 ‘스케줄 F’ 직군으로 전환 △공무원 재택근무 종료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조치들에 서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자문기구로 정부 개혁을 주도할 정부효율부(DOGE) 설치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밤늦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취임 후 올린 첫 게시물에서 “우리의 비전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부합하지 않는 전 정부 인사 1000여 명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해고하는 중”이라며 해고가 결정된 고위공무원 네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이들 명단 옆에 자신이 과거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YOU‘RE FIRED!(당신은 해고됐어!)”라는 문구를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폐 청산(Drain The Swamp)’ 의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행정조치도 폐기하기로 했다.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방지 금지,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설립, 소수인종을 위한 기회 증진 등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미국적 가치의 복원(Bring Back American Values)’ 의제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만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미국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 WHO를 탈퇴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뒤집었다.
● 보편 관세 “아직 준비 안 돼”
이날 발표한 조치에는 당초 우려된 보편 관세 계획이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보편 관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서명된 행정명령 상당수가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출생시민권은 미국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행정명령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주요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명령이며, 약자로 ‘EO’로도 불린다. 대통령 서명만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해 신속한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대통령의 임기 후 차기 대통령이 취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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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13:42:22
'하늘이 악한 자를 돕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길러 더 큰 형벌을 내리고자 함이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