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원해 불법 이민 단속” 트럼프 발언에 지오그룹 신고가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1월 28일 09시 06분


트럼프 1기 때도 민간 교도소 주가 급등, “실적 반영까지 시간 걸릴 것” 신중론도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국경 장벽을 따라 이민자들이 걷고 있다. GettyImages, 지오그룹 제공, 코어시빅 제공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국경 장벽을 따라 이민자들이 걷고 있다. GettyImages, 지오그룹 제공, 코어시빅 제공
“(1호 행정명령으로)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습니다.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수백만 명의 외국인 범죄자를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에 착수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재앙적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이하 현지 시간) 취임식에서 그간 공언한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내며 한 말이다. 행사 직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로 자리를 옮긴 트럼프는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남부 국경에 군대가 배치되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는 체포 후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수용시설에 구금된다. 강도 높은 트럼프표 불법 이민자 단속이 현실화하자 증시에선 ‘교도소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교도소들, 수용시설 확장 러시
미국의 대표적 민간 교도소 운영사 지오그룹은 트럼프 취임 이튿날인 1월 21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이 기업 주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직전부터 이날(종가 기준)까지 약 130% 상승했다. 또 다른 교도소주 코어시빅도 같은 기간 약 68% 상승률을 나타냈다(그래프2 참조).

‌두 기업은 향후 트럼프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따른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특히 지오그룹은 그간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적발한 불법 이민자의 약 40%를 수용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트럼프가 ‘국경 차르’(국경 문제 총괄책임자)로 지명한 톰 호먼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소 10만 개의 침대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단속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불법으로 이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을 최대한 많이 체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1월 22일에는 절도 등 경범죄 이력만으로도 불법 이민자를 구금하도록 하는 ‘레이큰 라일리 법’이 미 의회를 통과해 트럼프 2기 ‘1호 법안’이 됐다.

이런 흐름에 맞춰 지오그룹과 코어시빅은 최근 적극적으로 시설 확충에 나섰다. 지난해 대선 직후 실적 발표에서 “(트럼프 당선은) 우리에게 다시없을 기회”라고 언급한 조지 졸리 지오그룹 회장은 기존 1만3500명 수준이던 불법 이민자 구금 규모를 3만1000명까지 늘리고 있다. 이렇게 확대된 시설을 모두 가동할 경우 지오그룹은 연간 4억 달러(약 5740억 원)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코어시빅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폐쇄됐던 텍사스 교도소 등을 재가동해 수용 규모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데이먼 하이닝거 코어시빅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가족 단위로 추방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부지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교도소주, 1기 때보다 큰 폭 상승할 것”
ICE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1차 재임 기간(2017~2021) 중 90만 명 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다(자발적 귀환 포함). 이번에는 더 많은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한 단속이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의 의지가 강한 것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우호적인 이민 정책 여파로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1기 때보다 교도소 기업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높다. 트럼프 1기 첫해 최고가를 기록한 지오그룹과 코어시빅 주가는 2년 차 때 한 차례 더 강세를 보인 뒤 임기 말로 가면서 하락 길을 걸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역사는 반복되고 이번에는 더 강력하게 반복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 구상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쇼맨십’ 비중도 적잖다고 분석한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는 “트럼프가 얘기하는 수준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든다”며 “현재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백인들이 꺼리는 분야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비록 불법 신분이기는 해도 영주권을 갖고자 ‘개인납세자식별번호(ITIN)’를 부여받아 국가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경제의 한 축을 이룬 이들을 모두 쫓아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이사는 “트럼프가 고강도 정책을 실제로 시행한다 해도 모든 불법 이민자의 범죄 전력을 스크리닝하고 단속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정책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어려운 만큼 민간 교도소주의 현 주가는 이런 요소들을 선반영한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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