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딥시크’의 역습… 美中 AI 전쟁 불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1일 03시 00분


中, 비용 5%로 챗GPT급 모델 개발
“中기술 수준 예상보다 美에 앞서”
美, 저사양 AI칩도 中수출 규제 검토
트럼프 “中경쟁에 집중하라는 경종”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양국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 나라가 치열한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오픈AI가 투자했던 비용의 약 5.6%만 들여 개발하면서 글로벌 기술업계 및 투자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미국은 AI를 포함한 기술 분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사양 AI용 반도체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간의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저사양 AI용 반도체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허용했던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도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AI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예상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딥시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AI용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H800’ 반도체만으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또 R1을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축소 계산했거나 몰래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오픈AI 등의 개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차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딥시크의 개발 비용은 미국 빅테크보다 크게 저렴하고 제품 성능도 구글, 메타, 앤스로픽 등의 AI 모델을 능가한다고 일각에선 평가한다.

이 같은 ‘딥시크 충격’은 27일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약 840조 원)가 증발했다. AI 분야에서 역시 강세를 보여온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17.4%), TSMC(13.33%),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주가도 급락해 이날에만 미 증시에서 약 1조 달러(약 1400조 원)가 사라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딥시크의 AI가 (미국 제품보다)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해 보인다”며 “미국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설계 역량 혁신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中 딥시크, 5% 비용으로 챗GPT급 성능… “AI의 스푸트니크 순간”


[中 AI ‘딥시크’ 쇼크]
美中 불붙은 AI 패권 전쟁
中, 엔비디아의 2022년 구형칩 활용… 추론 작업은 오픈AI 신형 모델 맞먹어
NYT “실리콘밸리 가장 어두운 시간”… 美일각 “기술 도용 정황” 분쟁 예고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는 이달 20일(현지 시간) ‘R1’이라는 AI 모델을 내놨지만 하루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못 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0일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한 딥시크가 미국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약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제품을 만든 게 확인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진 27일부터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의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인 ‘모자익’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미국의 우주 기술이 소련보다 뒤처졌음을 확인한 사건을 가리킨다. 딥시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생각만큼 안 크고, 가성비가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실리콘밸리의 가장 어두운 시간(darkest hour)”이라고 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가장 어둡고 힘든 때’라며 이 문구를 썼다. 미국 AI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다.


● 챗GPT 약 20분의 1 비용에 비슷한 성능

‘R1’은 다양한 수학, 코드 및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앞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을 눌렀다.

그러면서도 수천만 달러의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AI를 훈련하는 미국 빅테크와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칩 ‘H800’으로 AI를 개발했다. 딥시크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 비용 또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들어간 챗GPT의 5.6%에 불과하다.

중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AI 굴기’가 한창이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9일 새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큐원의 성능이 비교 모델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2일 ‘두바오 1.5 프로’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산 첨단 AI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 아키텍처 등에서 더 독창적이고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문샷 같은 중국 IT 기업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비용 효율과 역량을 높여왔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혁신이었다”고 분석했다.

● 일각에선 美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

미국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개발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개발 과정을 적극 공개하는데 이런 차이가 중국을 AI 연구 및 개발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의 가성비를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미국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다량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픈AI도 “딥시크가 우리의 AI 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혀 양국 간 또 다른 무역분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 백악관은 딥시크가 국가 안보에 줄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해군은 군인들에게 딥시크를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딥시크#R1#오픈소스#美中 AI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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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25-01-31 06:33:55

    어이 기래기! 남의 집 싸움구경하니 재밌나? 우린 아무것도 내 놓을게 없는데 재밌나? 이런 ****.

  • 2025-01-31 08:08:08

    동북공정이나 고대사관련해서도 많은 오류가 있었라는...챗지피티와 큰 차이 있고. 객관성에도 큰 오류..엉뚱한 논문을 잘못링크 걸어놓고...역사부분은 심각..왠지 짝뚱GPT느낌..거품빠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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