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항공안전 부실해진 건 민주당 다양성 정책탓”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1일 11시 11분


여객기 충돌사고 관련 “무능한 관제인력 채용했다”

재취임 후 처음으로 재난 대응의 시험대에 올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임 민주당 정권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탓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사고와 관련해 “아직 원인을 정확히 모르지만, 몇 가지 강한 견해와 생각이 있다”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DEI를 중시하는 인사 정책을 펼친 탓에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연방항공청(FAA)의 (직원 채용 등과 관련한)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30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 포토맥 강에 있는 여객기와 헬기 충돌 현장 주변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60여명이 탑승한 소형 여객기가 군 헬리콥터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2025.01.30. 워싱턴=AP/뉴시스
전날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착륙하려던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하며 발생한 이번 사고로 해당 각각 기체에 탑승했던 67명은 모두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관제 인력 부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언급하고 있다. 미 CBS 방송은 보통은 관제 업무를 두 명이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한 명이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는 ‘전 정권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임기(2017∼2021년) 때 전임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상향했으나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다시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을 “재앙(disaster)”이라고 콕 집어 비판하며 “그가 다양성을 내세우며 조직(FAA)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오바마와 바이든, 민주당은 정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라며 “그들의 정책은 끔찍했고, 그들의 정치는 더 나빴다”고 비난했다. 이어 “(항공 안전 부문에는) 외모나 언어, 그들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지능과 재능이 중요하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국방부에서 DEI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항공 교통관제든 장군이든 우리는 최고이고 가장 똑똑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항공 안전 담당자들이 DEI 정책에 의해 채용됐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기자가 “어떻게 다양성이 이번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나는 상식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비극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애인 고용’을 사고의 원인으로 돌렸지만, 정작 그의 첫 번째 임기에도 FAA의 고용 정책이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2020년 12월 FAA는 웹사이트에 “우리는 장애인 인력을 적극 모집, 고용, 승진, 유지, 개발 및 발전시킨다”라는 문구를 포함하는 등 장애인 고용을 장려해 왔다.

부티지지 전 장관은 기자회견 이후 자신의 엑스(X)에 “비열하다(Despicable)”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영공 안전을 유지한 핵심 인력을 해고하고 정직시키는 것이었지만, 대통령이 실제 해야 할 일은 지도력을 보여주고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에서 음모론이 퍼지는 것과 미국의 대통령이 쓸데없는 추측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시신이 아직 수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속이 뒤집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다양성이 곧 무능을 의미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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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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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31 16:18:41

    트럼프 1기때 말끝마다 햄버거 ~ 햄버거 ~ 햄버거를 먹으며 정상회담 하자고 ..실제로 트럼프는 190센티에 105 키로이니 미국인으로서도 거구거든 .. 내가 180에 80키로 인데 트럼프 옆에 서면 고등학생과 초등생차이이지 ..햄버거가 정크푸드라고 질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 허언같아 .. 트럼프는 하루에 콜라를 10잔 매일 햄버거 먹는데 걷는거 보라고 .비해익 트랩도 뛰어올라가 ..골프스윙하는거 영상으로 보면 스윙폼이 엄청나더라고 .. 그래서 정크푸드니 뭐니 꼭 맞는 주장은 아닌거같아.. 한국인들은 보약을 너무 좋아하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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