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객기 사고도 바이든 탓 “장애인 채용 ‘DEI정책’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일 01시 40분


67명 전원 사망 참사 기자회견서
“바이든의 장애인 채용 중점 정책, 항공안전인력 채용기준 완화” 주장
헬기 경로이탈-고도, 사고 원인 꼽혀
NYT “관제사 2명이 할일 1명이 해”… 인력부족-공항혼잡 등 人災 의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준 미달의 인력들이 관제사가 되면서 발생했다며 전 정부의 책임을 주장했다. 2025.01.31. [워싱턴=AP/뉴시스]
“(헬기가) 지시 받은 것과 반대로 이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아메리칸항공의 국내선 여객기와 미 육군 소속 블랙호크 헬기가 수도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하루 전 충돌해 두 항공기의 탑승자 전원(67명)이 숨진 사고의 원인으로 헬기의 이상 비행을 지목했다. 헬기가 정상 경로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여객기와 동선 및 고도가 겹쳐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경로 이탈의 정확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또한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전 정부 탓을 하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사고가 부실한 공항 관리에 따른 일종의 ‘인재(人災)’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항공청(FAA)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관제사 두 명이 해야 할 일을 당시 한 명만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공항이 연 1500만 명의 이용객에 맞춰 설계됐지만 2023년 이용객이 2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과밀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사고는 바이든 탓”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헬기는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앞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헬기는 적절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았다. 지시 받은 것과 반대로 이동했다”며 “두 비행기가 같은 고도에 있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 비극적 실수”라고 했다. 이 헬기는 군이 실시하는 정례 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바이든 행정부의 DEI 정책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FAA의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채용)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집권 1기 당시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강화했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오바마, 바이든, 민주당은 (DEI) 정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항공 안전 부문 인력은) 외모나 언어가 아니라 지능과 재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항공 안전 인력의 채용 기준을 재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소수자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교통 수장인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장관이 해당 분야의 DEI 정책을 주도했다며 그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부티지지 전 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비열하다.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부터 설명하라”고 반박했다.

● 공항의 관제사 부족-혼잡 문제 심각

NYT는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탑 인력이 부족했고, 이것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원래 한 명의 관제사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담당하고, 또 다른 관제사가 주변 비행기의 이동을 맡아야 하는데 사고 당시 한 사람이 두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 공항의 전체 관제사는 19명으로 노조 등이 요구하는 30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공항의 혼잡 문제가 오래전부터 심각했지만 개선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공항은 워싱턴 의회에서 불과 8.32km 떨어져 있다. 인근 덜레스 공항은 의회에서 51.36km 떨어져 큰 차이를 보인다. 1997년 증축 당시 연 1500만 명의 이용객을 예상하고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의 정치 수도’라는 워싱턴의 특성상 곧 포화에 이르렀다.

특히 WSJ는 2006년부터 “공항의 과밀화가 심각하다. 좁은 영공에 군용 헬기와 민항기가 모두 다녀 사고 위험이 크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속속 나왔지만 많은 의원이 편의를 위해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와 이 공항의 직항 노선 개설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여객기 사고#바이든 탓#DEI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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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2-01 07:06:58

    현재 심각한 우리나라 경제, 원자력 등등의 상황은 ... 근본 원인이 문재인 새ㄱㄱ끼가 망가뜨린 펀더멘탈 탓인거와 같다 ...

  • 2025-02-01 04:22:25

    100번 맞는 말이다

  • 2025-02-01 12:12:27

    무안 공항 사고도 공항 관리 부실에서 나온 사고다 버드애택 팀이 두명인데 2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결근 혼자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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