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시작…캐나다·멕시코 “보복 관세”·中 “WTO 제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일 13시 59분


국내 기업도 타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자정(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단, 미국 내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 대해서는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간 ‘관세 무기화’를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3대 교역국에 대해 첫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으로,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동맹 관계인 이웃 국가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북미 생산 거점이 집중된 곳이라 국내 기업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했다. 중국 또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통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관세 정책을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IEEPA를 통해 대통령 권한으로 즉각 관세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 마약이 우리 시민을 죽이는 주요 위협이 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대통령으로서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잘못 때문에 불법 이주민과 약물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 범람하고 있다는 맥락이다.

그간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제품에 관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북미 수출용 생산 거점기지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10% 관세)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 제품을 포함해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명령에는 “만약 이들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겨 미국에 보복하는 경우 관세율을 올리거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관세에서 예외 되는 품목은 없을 것”이라며 “개별 기업이 특별히 면제를 받는 절차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미국의 3대 교역국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수입은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기준으로 1조3000억 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2025.01.13. 멕시코시티=AP/뉴시스
이날 발표 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보복을 천명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3주 내에 발효하기로 했다. 적용 품목은 술, 과일, 채소부터 의류, 신발과 같은 생활 물품 전반에 걸쳐 있어 북미 지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체감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을 향해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들을 문 닫게 할 것”이라며 “식료품비와 주유비가 오르고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저렴한 제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2일 상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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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추천 많은 댓글

  • 2025-02-02 14:34:54

    WT0? 그게 뭘 해주는데, 중국과의 관계를 끊고 트럼프와 협상할 생각은 안하고 뭐 덤비는 척 하냐? 결국 중국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겠지. 너희 2나라를 통해 수많은 물자와 중국인이 미국으로 밀려 들어가서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는데, 왜 근본적인 것을 고치려 안하냐? 여하튼 트럼프는 잘하고 있는 거다. 너희 두나라 정치권도 중국에서 꽤 많이 받아 먹은 모양이네.

  • 2025-02-02 14:14:13

    WTO제소? 이미 GATT WTO 체제는 호랑이 담배먹던 시대가 되었는데 무슨 헛소리?

  • 2025-02-02 15:05:53

    다들 대국이라 배짱있네,, 겁많은 한국인들이 보복관세로 맞짱뜰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절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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