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주 의사당 앞에서 수백 명의 시위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이민 단속과 추방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2025.02.06 새크라멘토=AP 뉴시스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장악 및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문구로,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말한다.
이번 구상은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을 해온 우방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던진 후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나서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 한 번의 매드맨 전략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거듭 가자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소유로) 가자 주민이 새롭고 현대적인 주택을 갖춘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의 훌륭한 개발 팀과 협력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구상이 국제법 위반 및 인종 청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5일 “반인륜 범죄이므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 이해당사자에 충격 주려는 의도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가자지구 구상이 “모두(아랍국과 국제기구 등)를 충격에 빠뜨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자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착복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과 난민 수용 등에 소극적이었다. 국제기구들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즉 이번 구상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아랍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과 경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가자 주민을 아프리카의 모로코,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독립을 선언한 서사하라와 심각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말리아의 북동부 자치주 푼틀란드, 1991년 소말리아에서 독립한 소말릴란드 또한 미국의 공식 인정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과 가자 주민 수용이라는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 공화당도 ‘가자 미군 주둔’ 비판
다만 그의 이런 구상에 집권 공화당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고 했고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자지구에 미국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며 파병설을 진화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5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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