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요르단 국왕, 트럼프 가자 난민 수용 압박에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0일 14시 07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미국과의 관계와 국내 정치적 상황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요르단은 미국의 원조에 경제를 의지하고 있지만, 난민을 수용할 경우 군주제에 반대하는 특성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이 늘어 국왕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요르단의 정체성와 정치적 미래에 대한 실존적 의문을 되살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요르단에 매년 15억 달러(약 2조1750억 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원조를 지렛대로 요르단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에 요르단 내에서는 미국의 원조가 줄어들 경우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이 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요르단 야권을 중심으로 최근 시위가 벌어지면서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르단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요르단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공식적으로 요르단 인구 1155만 명 중 200만 명이 팔레스타인인일 정도로 인구 비율이 높다. 학계에서는 실제 팔레스타인인 비율은 이보다 높을 것이며, 최대 절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 군주제에 반대를 해왔다. 1970년에는 군주제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진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압박에 따라 가자지구 난민을 받아들일 경우, 압둘라 2세 국왕으로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요르단 야르무크대의 무함마드 바니 살라메 정치학 교수는 “팔레스타인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 정치적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커져 공공 부문에서 더 많은 대표성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국가 권력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WP에 전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서 난민 수용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요르단 국왕#가자지구 난민#미국 원조#정치적 생명#팔레스타인인#군주제#시위#시민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