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J D 밴스 부통령에게 말을 걸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J D 밴스 부통령을 당신의 후계자로 보십니까? 2028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서요.”(미국 폭스뉴스 브렛 베이어 앵커)
“아니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밴스 부통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노(No)’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부터 ‘밴스 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인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에 대해 “매우 유능하고 지금까지 환상적으로 일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에겐 매우 유능한 사람이 많고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에 베이어는 재차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시작될 때쯤이면 밴스가 지지를 구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대통령 임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막이라고 말한다”며 자신을 칭찬하는 동문서답 격 답을 내놨다.
미국 언론과 누리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통령 무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에게 배신당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펜스 전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펜스 전 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을 배신자로 여겨 왔다. 밴스 부통령도 지난달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21년 1·6의사당 난입 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사면되면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원래 밴스 부통령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당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를 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혐오자’에 가까웠다. 본인을 ‘트럼프 절대 반대자(Never Trump guy)’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칭한 적도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0일 “밴스 부통령이 2022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으로 부상했지만 과거 ‘반(反)트럼프 발언’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이 자신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고, 다른 공화당 ‘대선 잠룡’들을 자극하기 위해 ‘후계자 지명’에 선을 그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의 백악관 담당 기자인 제프 메이슨은 CNN에 출연해 “후계자 지명은 퇴임, 레임덕 혹은 자신보다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밴스 측에 충격을 주고, 다른 공화당 도전자들에게는 ‘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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