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거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2015년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구가 된 미국’이란 책을 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널뛰기하는 듯이 보이는 그의 언행이 나름대로 상당한 일관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말은 부드럽게 하되 …
밥 우드워드가 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보면 그가 1970년대 닉슨의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파헤칠 당시 미국 언론의 취재윤리를 엿볼 수 있다. 기자들은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기록을 알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수사기록을 ‘정화(淨化)되지 않은 보고서’로…
프랑스와 독일을 흔히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라고 부른다. 과연 두 나라는 여전히 쌍두마차인가. 두 나라의 경제력은 2000년대에 들어와 역사상 선례가 없을 정도로 격차가 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랑스가 법으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강제한 것은 2000년부터다…
검찰이 3일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민 두 후보는 문무일 오세인 당시 고검장이었다. 둘 다 사법연수원 18기다. 19기 봉욱 대검차장이 미리 임명된 상황에서 15기인 고검장 출신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대검차장과 기수 차이가 많이 나 고참 기수 밀어내기가 …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답변을 했다. 한미관계에 대해 물었는데 한중관계에 대해 답한 것이다. 객석에서 지켜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당황해 단상에 뛰어올라가 귓속말로 뭔가 속삭이고 나서야 문 대통령은 상황을 파악하고 답변을 바…
프랑스 최초의 사회당 출신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은 기자들을 싫어했고 특히 좌파 기자들을 싫어했다. 그가 존경하던 유일한 칼럼니스트는 레몽 아롱이었다. 공산당과의 연합에 반대하는 아롱의 가차 없는 비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고 미테랑의 심복이었던 자크 아탈리가 ‘미테랑 평전’에서 전했다…
나는 1992년 한양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의 자율과 상상의 사회학’이란 제목으로 석사논문을 썼다. 논문 쓰는 법에 대해 따로 배운 적은 없다. 대학 교양국어 시간에 ‘ibid’ 같은 기본적인 각주 관련 용어를 조금 배운 기억만 있다. 인용한 것을 인용했다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에서 해산에 반대하는 유일한 소수의견을 냈다. 전체 결정문 346쪽 중 절반 이상인 180쪽에 이르는 그의 소수의견을 끝까지 읽어 보면 그가 위헌정당 해산 제도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
조국 씨는 교수보다는 민정수석이, 그보다는 차라리 정치인이 잘 어울릴 사람이다. 그는 1989년 옛 소련 법학자 파슈카니스를 다룬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국문)에서 김도균 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 해 전 쓴 논문 속의 8개 문장을 연속해서 통째로 베꼈다. 내가 2013년 …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약 19%,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약 15%의 지지를 얻었다.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약 40%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앞에서 여전히 연대는 없다는 두 후보는 자신들의 눈에도 뻔한 패배의 길을 가고 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 액수가 592억 원으로 정해져 기소됐다. 592억 원이나 되는 뇌물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에게 몰수 추징해야 할 돈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이한 뇌물이다. 검찰 기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SK에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
독일어로 직접 인용되는 몇 안 되는 말 중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란 말이 있다. 남의 불행(샤덴)은 나의 기쁨(프로이데)이라는 뜻이다. 고약하지만 인류사에서 정의(正義) 실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감정이다.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벌을 받을 때 기쁨을 느낄 수…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문에 단 보충의견을 읽으면서 헌법재판관의 교양 수준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옛 성현의 말, 플라톤의 ‘국가론’, 성경의 아모스서에서 한 구절씩을 인용하고 있다. 안 재판관이 언급한 옛 성현의 말은 ‘범금몽은하위정(犯禁蒙恩何爲正…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고 있으니 헌법재판이라는 주장은 틀리지는 않지만 동어반복으로 들린다. 탄핵심판은 전형적인 헌법재판과는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미국은 전형적인 헌법재판인 위헌법률심사를 우리의 헌재 기능을 하는 연방대법원이 맡지만 탄핵심판은 상원이 맡는다. 프랑스는 …
한 언론계 대선배가 대학생 한 명의 입시부정으로 대학 총장부터 교수까지 5명을 구속하는 게 정상이냐고 물었다. 요새 분위기가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에도 이화여대 체육학과에서 입시부정이 있었지만 교수 한 명이 구속됐을 뿐이다. 그때 부정입학한 학생은 아시아경기대회 금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