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결정의 순간’에는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12월 뉴욕타임스(NYT)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와 편집국장 빌 켈러를 백악관으로 불러 테러리스트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 게재 보류를 요청했다.…
뭘 하겠다고 나서면 겁나는 사람들이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987년 학문적으로는 족보가 없는 ‘경제 민주화’란 말을 헌법에 집어넣은 사람이다. 그가 얼마 전 국회 원내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내각…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가 매년 성남시 돈 1051억 원을 뺏아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주일 넘게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정이 넉넉해서 정부 교부금을 주지 않는 불교부(不交付) 지방자치단체가 기초단체…
편집증을 가진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박해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편집증이 정신병적 단계에 이르면 조현병(調絃病)이라고 부른다.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여성 혐오’로 규정하…
지난달 총선 패배로 새누리당에서 다시 쇄신이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뭘 개혁하겠다면 이제 겁이 난다. 4년 전인 2012년 대선 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때도 새누리당은 쇄신에 나섰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밑에서 황우여 원내대표가 한 대표적 쇄신이 국회선진화법이다. 이 법은 박…
아이는 지난해 막 중학교에 올라가 새 학기를 맞았으므로 사실 어린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추운 3월, 아빠에게 맞아 살이 말 근육처럼 부은 아이가 티셔츠 차림으로 가출해 새벽 3시 반에 찾아간 곳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아파트였다. 아이는 정확한 호수는 알지 못했다. 경비원에…
민주주의를 숫자로 표시한다면 1도 아니고 3분의 2도 아니고 5분의 3도 아니고 2분의 1이다. 언뜻 생각하면 만장일치, 즉 1이 가장 민주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만장일치를 추구하다 보면 논의가 길어져 제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또 그 결정으로 손해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
유권자들은 광복 후 처음으로 어느 정당을 과반으로 만들어줘도 의미 없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직전 2012년 총선만 해도 유권자들은 한 정당에 과반 의석(150석)을 부여한다는 현실 가능한 목표를 위해 투표했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5분의 3 의석(180석)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한 정…
친노(친노무현)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20일 분노로 달아올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이 밝혀진 날이었다. 친문(친문재인)으로 불리는 신(新)실세 친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법정관리인으로 초빙된 김종인이 …
페이자오는 프랑스에 사는 중국 여성이다. 그녀와 파리의 카페에서 바둑을 둔 적이 있다. 9점을 깔고도 졌다. 그녀는 바둑대회에 출전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기도 한다. 며칠 전 페이스북으로 구글 알파고에 진 판후이 2단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친구 사이라고 한다. 오늘 이세돌 9단과 알…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뒤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북한은 3년 전 두 정상이 취임하기 직전 3차 핵실험을 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
북한이 설 연휴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갖췄는지 의문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할 때까지 시간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
서울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아서 패터슨에 대한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고에 앞서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다. 19년 전 처음 사건을 맡았던 당시 박모 검사다. 그는 미군 수사대도 한국 경찰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패터슨 대신 에드워드 리를 기소했다. 그가 철로를 잘못 바꾸…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과 경영학을 가르치는 폴 브래컨 교수는 ‘제2차 핵 시대’란 책에서 핵무기의 위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주민 폭격으로 독일인과 일본인 각각 50만 명씩 사망했다. 4년간(1942∼1945년)의 전쟁을 가로축으로 놓고 이 사망자들을 표시해 보자.…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에 ‘금수저’가 꼽혔다. 소셜미디어의 유행어가 흔히 그렇듯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은 과장됐지만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첨단에서 겪는 젊은이들의 예민한 인식을 담고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응답하라 1988년’의 시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