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프랑스 정치가는 각료직을 제안받았을 때 차관이 책임지는 조건이라야만 맡겠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왕이 아니라 장관이 책임진다. 장관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끝내는 돌고 돌아 문지기가 책임지는 사태에 이른다. 이런 책임전가는 아리스토파네스에게 맞는 재료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
역사의 상공에 올라보자. 자잘한 물결은 사라지고 큰 줄기만 보일 정도로 높이 올라보자. 이승만 대통령은 유라시아 대륙이 공산주의로 다 붉게 물들어갈 때 대륙의 오른쪽 끝단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북한과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을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보다 훨씬 먼저 알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을 찾아 전화했다는 얘기는 없다. 관련 부처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는 상투적인 발표가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지 모른…
지난주 수요일 삼청동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돌아왔다. 돌아올 때 보니 삼청동 길에 차량이 거의 서다시피 차 있고 건널목에는 보행신호 때마다 무더기로 사람들이 움직였다. 봄이나 가을에 이쪽이 붐비는 건 사실이지만 올해처럼 붐비는 건 처음 봤다. 코로나가 끝나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 시민’을 언급했다. ‘세계 공화국’과 한 묶음인 ‘세계 시민(weltb¨urger)’이란 말은 칸트에서 비롯됐다. 칸트가 실제 언급한 것은 세계 공화국이 아니라 민족연합(民族聯合·v¨olkerbund)이다. 하지만 독재가 아니라 공화적 가치가 중심이 …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 5∼6%는 체감보다 훨씬 낮다. 서울 도심에서 1만 원 이하 점심을 먹기도 쉽지 않아졌지만 그나마 8000원짜리는 9000원으로 12.5%, 9000원짜리는 1만 원으로 11% 올랐다. 소주 값은 대부분 식당에서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으로 25…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면밀한 검토를 거친 줄 알았으나 그런 건 없었다. 어느 신문 국방전문기자가 칼럼에서 한번 던져 본 제안을 받아 하루아침에 광화문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바꿨다. 윤 대통령은 CEO처럼 포인터까지 들고 집무실 이전…
가을밤 서울 삼청동 화랑가에 하루는 전례 없는 활기가 돌았다. 2일 갤러리들이 야간 개장을 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파티까지 열렸다. 와인과 안주가 무료로 나왔다. 와인을 들고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갤러리 안팎을 오가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금리 인하는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환영하는 바다. 금리 인하 시기에 금융통화위원은 ‘누워서 떡 먹기’ 같은 결정을 하면서 3억 원이 훨씬 넘는 연봉에 법인카드, 차량 지원까지 포함해 5억 원에 가까운 실질 보수를 받는다. 나중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
서울 광화문광장 자리는 본래 광장이 들어설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일대를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처럼 양쪽 인도를 크게 넓히고 차도를 줄였어야 한다. ‘지상 최대 중앙분리대’ 같은 광장을 만들어 놓고는 광장 구실을 못 하니까 접근성을 높인다고 …
일본에서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안위원회는 총리 직속이지만 총리에게 위원회에 대한 지휘 권한은 없다. 그래서 위원회를 총리의 간카쓰(管轄·관할)라 하지 않고 총리의 쇼카쓰(所轄·소할)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행정용어에는 이런 구별이 없다. 국가공안위원장은 국무대신(우리나라의 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아비판을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연준 의장을 맡아 헬기로 돈을 뿌리듯 돈을 푼 벤 버냉키는 현 의장인 제롬 파월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버냉키의 후임이자 파월의 전임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
미국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법무부 소속이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에 한국 법무부의 검찰국에 해당하는 형사국(criminal division)은 있어도 FBI를 관할하는 부서는 없다. 연방검찰은 기소기관이지만 FBI는 수사기관이고, 권력으로부터의 강한 독립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되…
한국은행이 물가상승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남 일 얘기하듯 물가상승 전망치만 내놓으면서 2.0%(지난해 11월)→3.1%(2월)→4.5%(5월)로 계속 올리고 있을 뿐이다. 실은 이게 수정된 목표치다.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물가상승 목표치는 2%대 이하다. 통상적인 목표치는 포기…
문재인 정부가 자랑한 K방역은 자영업자의 희생 위에서 이뤄졌다.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돈은 고작 1, 2차 방역지원금 400만 원이었다. 이마저도 처음엔 손실 보상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 주지 않으려 했다. ‘영업의 자유’와 ‘손실 있는 곳에 보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