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은밀하게 꿈꾸는 일탈, ‘로망’이라고 한다. 로망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아서 로망이다. 대한민국군가합창단. 단원들이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어서 관심을 끄는 합창단이다. 그뿐일까. 단원들은 군가를 부르며, 뭔가를 얻고 즐긴다. 익숙하지 않기에 오히려 신선한 긴장, 군가라는 독…
거짓말은 이제 그만두자. 우리 민족은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면 언제나 단결해서 국난(國難)을 극복해 왔다는, 정말 같은 그 거짓말 말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사사건건 파당과 지역과 이념에 따라 짓밟고, 헐뜯고, 헤집어서, 국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라가 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
여름, 불꽃놀이의 계절이다(불꽃놀이를 ‘여름의 풍물시’라고 하나, 요즘은 연중 쏘아 올리니 이 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고의 불꽃 전문가를 만나고 싶었다. 의외로 쉽게 찾았다. 누구나 한화그룹 불꽃프로모션사업팀 손무열 상무(58)를 꼽으니. -불꽃사업이 그룹에서 그리…
서울 성북구 인촌로 고려대 의대 본관 5층 해부학실습실 냉장 6번 칸. 당신이 있는 곳입니다. 며칠 전 비닐로 밀봉되어 있는 당신을 3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번에는 없던 곰팡이가 온몸에 퍼진 것 같아 가슴이 아팠는데, 급히 검사를 해보니 곰팡이는 아니더군요. 죄송한 마음이 날로…
5월 중순의 어느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10월에 열리는 한일축제한마당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이 있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도 참석했다. 그는 축제의 골격을 정하는 실행위원들에게 “12회째인 이 행사가 올해도 성공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 나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강대국의 조건을 꼭 하나만 들라면? 예전에는 답이 궁했으나 요즘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 눈치 보지 않고 외교를 할 수 있는 나라라고. 1990년대 조지프 나이가 개념화해 유명해진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에도 외교력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강압 외교는 하드파워지만…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를 만나러 전남 강진군 백련사 뒤편의 토담집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며 떠올린 말이다. 지난달 29일 오후다. ‘복숭아와 자두는 말하지 않아도 (꽃향기와 열매가 좋아) 그 밑으로 저절로 길이 생긴다’고…
새누리당의 내분을 당 밖에서 보면 어떨까. 타이타닉호의 갑판 위에서 테이블보 색깔을 놓고 죽을 듯이 치고받는 것과 같다. 관리형 비대위는 좋은데 혁신형 비대위는 나쁘다, 이 사람은 좋은데 저놈은 나쁘다…. 얼마나 우스운가, 곧 침몰할지도 모르는 배 위에서 작은 것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부러 보려고 한 것도 아닌데, 곧바로 눈으로 들어와 머리를 거쳐 쌩하고 가슴으로 전해졌다. 12일 오전, 해군 제주기지를 취재하러 갔다가 기지 앞의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본 플래카드 얘기다. 거기엔 ‘군인, 군대차량 강정마을 안길 출입 엄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머리는 애써 이해하려 …
1999년 7월 16일, 본보 도쿄특파원이었던 나는 쓰키지(築地)의 아사히신문사 별관 사무실에서 그날 아침 아사히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잘됐네, 미호야’라는 칼럼에 빠져들었다. ‘미호’라는 신부의 결혼식에 다녀온 기자가 그녀를 응원하는 칼럼이었다. 편지글 형식이어서 처음에는…
말 한마디가 준 첫인상이 꽤 오래가는 경우가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73)가 그렇다. 몇 년 전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경상북도에도 다문화가정이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군대 갈 나이가 됐다. 그들에게 총을 쥐여 주고 ‘조국, 대한민국’을 …
4주 전 본란에 ‘대통령 전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총선을 보름 정도 앞뒀을 때다. 새누리당의 3류 공천을 보며 대통령이 여론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격려도 받았지만, 비판도 있었다. 대통령을 너무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새누…
13일 저녁 출구조사에서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58)가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을 보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제 ‘거물’이라는 수식어가 김문수 후보에게서 김부겸 후보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과 그가 이룬 놀라운 성취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화제는 역시 총선으로 흘러갔다. 커피숍이 조금 시끄럽긴 했어도 네 명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소속 언론사는 달랐지만 30년 가깝게 이런저런 취재현장에서 자주 만나온 데다 각자의 정치 성향까지도 알고 있으니. 가장 먼저 입길에 오른 것은 대통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