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의 대통령비서실장 발탁을 놓고 말들이 많다. 종합해 보면 형식과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특징이 있다. 형식적으로는 ‘회전문 인사’ ‘수첩 인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8개월 만에 국정원장을 갈아 치운 것도 비난거리다. 타이밍도 늦었다. 이런 비판은 모두 타당…
“울리는 휴대전화 속 문자 하나. 또 이별 통보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인가. 입시를 위해 달려온 12년. 아르바이트, 학점 관리, 그리고 스펙 쌓기로 지새운 4년. 나와 맞는 이를 찾을 여유조차 없이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 언제쯤 면접관과의 ‘밀당’에서 승리해 회사와 연애할 …
일본에서 ‘자이니치(在日)’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생경함은 아직도 여전하다. ‘일본에 있다’는 뜻인데, 주어가 없다. 일본에서 ‘자이니치’는 곧 ‘재일동포’를 뜻한다. 오해 없이 그렇게 통용된다. 마음이 허하다. 일본사회에서 주역이 아니라는, 재일동포의 위상이 그들의 호칭에도 그…
고집도 시간이 지나면 소신이 된다는데 소신도 시간이 지나면 고집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옐로카드다. ‘취임 이후…
한일 수교 50년이 되는 해를 맞았다. 3년 전쯤만 해도 올해는 기념할 만한 해였다. 수교 50년을 계기로 새로운 차원의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장밋빛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최악의 정…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정의의 승리를 안겨다 준 헌재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헌재 소장과 재판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듣는 순간 거…
수능의 수난이다. 지난해 수능의 세계지리 8번 문항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끝났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다. 올해도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 출제오류 논란이 벌어지면서 수능은 만신창이가 됐다. 우리 국민은 전원이 교육분석가와 정치평론가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인생을 좌우하는…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전체가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존재다. 납북자 문제만큼은 일본 정계도 당과 정파를 뛰어넘어 철저하게 공조하고 있다. 그 맨 앞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있다. 아베 총리의 꿈이 메구미와 함께 전용기를 타…
한일 간의 갈등은 ‘기억’과 ‘기록’의 충돌이기도 하다. 한국은 기억을 중시하지만 일본은 기록을 앞세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 즉 체험과 증언도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를 배척한다. 그러면서 기록상으로는 강제 동원 증거를 찾지…
검찰이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기자는 그를 기소한 것은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소 과정이 더 패착이다.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확실히 해둘 게 있다. 우선 산케이신…
매스컴이 ‘치열하다’는 뜻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쓴다는 꾸지람을 들어 온 지 오래다. 그래도 잘 바뀌질 않는다. 기자 본인들이 매일 ‘취재전쟁’을 하고 있어서일까. 기자들이 전쟁을 한다면 그들이 가는 곳이 모두 전장이다. 재난현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국 언론은 이번에…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12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1면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날 아사히 1면은 고정칼럼 하나를 빼고는 전체가 사죄 기사였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관의 책임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죄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권위 …
임명직 교육감 시절에 서울교육은 ‘한국 교육의 방향타’라는 말을 들었다. 서울교육은 정책의 실험장이었다. 싹수가 보이면 지방으로 모종을 나눠줬고, 그렇지 않으면 버렸다. 그만큼 자부심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달리 생각할 대목도 있는 것 같다. 임명직 교육감과 교육부는 충돌할 일이 거의…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왜장(倭將)들은 어디에서 출병했을까. 부산에서 최단거리인 일본 규슈의 사가 현 가라쓰 시에 있는 나고야(名護屋) 성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반 년 만에 바닷가에 급조한 성이다. 성의 이름을 자신의 고향인 나고야(名古屋)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