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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 1년(1451년) 4월 경기 교하, 원평 등지에 전염병이 퍼졌다. 조선왕조실록에 ‘악질(惡疾)’이라고 표현된 걸 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전염병이었지 싶다. 조정은 급히 중앙의 의원과 약재를 현장에 급파했다. 개성부의 활민원(活民院)을 수리해 ‘중점치료병원’으로 삼았고, 토…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그리고 2015년 메르스까지. 공교롭게도 6년을 주기로 집단 감염병 유행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국가 위기단계에서 정부의 행정력이 빛을 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 정부의 대응이 궁금해 얼마 전 국민안전처 관련 부서에 사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삼성 걱정이다.” 국내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떠도는 얘기다. 2011∼2014년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절대 강자’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부러움 섞인 찬사다. 올해도 정규시즌 경기의 40% 정도가 치러진 현재까지 이 팀은 …
가난한 흑인 여성이라는 콤플렉스를 딛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혀온 오프라 윈프리는 마케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TV에서 소개한 책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거대한 미국 출판시장에서 그녀가 추천한다는 것은 저자와 출판사에 돈벼락을 뿌려주는 것이나 같다. …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열흘 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개막작은 영국 거린더 차다 감독의 ‘슈팅 라이크 베컴’(2002년). 베컴처럼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영국의 인도계 소녀 2명이 주인공이다.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베컴은…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까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란 단어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워킹맘이 되고 보니 경력단절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퇴근시간이 불규칙하고 주말 근무가 다반사인 ‘기자 엄마’가 어린이집에만 기대 아이를 키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아주머니…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메르스 사태를 지휘하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을 맡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기자는 평소 “의사 출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의학지식은 일반 공무원보다…
배우 이나영과 원빈의 ‘가마솥 결혼식’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강원도 정선의 푸른 밀밭에서 사랑을 맹세했다. 정선은 광부의 아들인 원빈의 고향이다. 이들은 “태어나고 자란 땅 위에 뿌리 내린 경건한 약속을 기억하며 굳건한 나무처럼 살겠다”고 했다. 신랑 신부와 소수의 하객은…
파마머리에 푸석푸석한 피부로 정규직 직원을 꿈꾸는 두 아이의 엄마(염정아), 눈물을 참고 입술을 깨물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문정희).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 계산원으로 일하는 이들이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회사와 공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7년 실…
목요일 밤. 시간은 11시를 넘겨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렸다. 우산이 없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곧 택시만 잡으면 상관없었다. 목요일 밤 서울 종로에서 택시를 잡기란 보통 일이 아니지만 30분가량 기다리면 택시를 탈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 평소 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한 뒤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태영 씨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에 그런 생각의 일단이 드러난다. 이 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P…
“너는 멋있게 살아.” 약간의 부축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스스로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가셨다. 그 뒤로 숨을 거두기까지 1년 8개월 동안 다시는 스스로 걷지 못하셨다. 자존심 하나로 모든 것을 버텨내며 살아온 분이 몸 어디 한 부분조차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이 누워만 지냈다. 고…
영화 ‘스물’에서 대학 신입생 경재는 짝사랑했던 여자 선배가 내연 관계인 교수의 부인으로부터 뺨을 맞는 장면을 바라본다. 강의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으로 이를 촬영한 학생들에게 경재는 고개 숙여 정중하게 부탁한다. 제발 삭제해 달라고. 그러나 다음 날 친구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면은…
스위스중앙은행이 올 1월 15일 최저환율제를 전격 폐지했지만 이 나라 국민들과 산업은 그 여파에 크게 휘말리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그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 금융위기로 스위스프랑이 급등하자 2011년 9월 이후 유로와 스위스프랑을 1 대 1.2로 유지하는 최저환율제…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순 없어요∼.” 출근길 라디오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내 모든 걸 바쳐 당신만은 지키겠다는 뜨거운 청춘의 노래.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였다. 그런데 살면서 수백 번은 들었을 이 노래가 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