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핸드북’에 따르면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정치생명이다. 독재자이든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든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대 석좌교수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의 이 책에 비춰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와 청와대의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한 건 탁월한 전략이…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박지원은 방송가의 아까운 논객이었다. 자칭 정치 9단에 능란한 말솜씨로 총선 낙선 뒤 외려 천직을 찾은 듯했다. 지난달 북한 김여정의 앙칼진 말폭탄에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자 그는 “북한에서 자기들이,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 번 흔드니까 다 인사조치되고… 이런 것…
그래도 대한민국은 하느님이 보우하는 나라가 틀림없다. 70년 전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킨 바로 다음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병력 즉각 철수결의안을 채택해 유엔군 참전의 길을 열었다.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소련이 때맞춰 불참한 덕분이다. 소련은 중국 아닌 중공의 대표…
여당이 총선에서 대승한 이후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나라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이 공부하는 단톡방에선 “우리도 주는 대로 누려보자”는 쪽지가 돌았다. 재난지원금이든 기본소득이든 퍼주는 대로 받고, 만약 외환위기가 터질 경우 젊은 세대에 맡기면 그만이다. …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읽는 것도 고통스럽다. 미싱사 선주는 5·18 광주에서 계엄군에게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고문을 당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그가 되살아난 것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의 힘, 분노의 힘으로’였다. 도청 안마당에 모로 누워있는 동호의 사진을 보…
기억은 때로 주인을 배반한다. 굳이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할 작정이 아니어도 기억이 잘못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도 그런 경우이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존재 자체도 모르던 30년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윤미향은…
이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令)이 안 서는 모양이다. 분명 개헌 함구령을 내렸는데도 송영길 의원에 이어 어제는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 이용선 당선자의 개헌 제안이 등장했다. 주로 민주당 소속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지방분권 개헌 공론화를 추진할 태세다. …
총선 승리 정당에는 3대 법칙이 있다. 외연을 확장하는 혁신적 공천, 진영 심판론을 벗어난 미래 비전 제시, 그리고 절대 오만하지 않은 절박한 태도.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작년 말 발표한 정책브리핑 골자다.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이 법칙을 모조리 어기고도 제1당이 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남자 박근혜’라면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새누리당’을 보는 느낌이다. 4·15총선에 비문(非文)은 귀신같이 털어내고 친문(親文) 위주로 공천한 건 약과다. ‘현역은 경선’이라는 원칙을 깨고 청와대당처럼 공천하고도 대통령 지지층을 믿고 자신만만한 것도 똑 닮았다. …
이탈리아에선 토요일 낮 12시면 모두 발코니로 나와 박수를 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아 10일부터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나라. 갇혀만 있기 심심해 발코니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던 이 자유로운 영혼의 나라에서 ‘14일 토요일 정오, 의료진에게 일제히 …
우리나라 총선에는 공식이 있다. 공천 때마다 파동이 일어난다. 찍을 때마다 찍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은 현명했다. 꼭 4년 전인 2016년 3월 18일,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비박(비박근혜) 공천 학살’ 결과를 수용 못 한다며 “독재정권 때나 하는 …
지금까지 청와대가 이렇게 신속하게 나선 적이 있었나 싶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이른바 ‘차이나게이트’.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월요일 브리핑 때 기자들이 입장을 묻기는 했다. ‘중국의 조직적 여론 조작 …
홍남기 경제부총리 체면이 우습게 됐다. 17일 오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우리 경제의 영향 및 대응책까지 밝혔던 부총리였다. 이달 초부터 피해 기업에 대한 세관 지원, 금융 지원, 관광 외식업 지원 등을 시행 중이라며 “투자, 내수, 수출을 …
중국 외교부에 이렇게 보드라운 면모가 있는지 몰랐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中國新型冠狀病毒)에 대한 4일 화춘잉 대변인의 브리핑을 보고 나서다. “어떤 나라는 극단적이고 차별적인 언사를 발설했지만 일본 후생노동성 관리들은 ‘바이러스가 나쁘지, 사람이 나쁘냐’고 말해줬다”면서 깊은 …
설 대목을 겨냥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한다. 우민호 감독은 모든 세대가 대화의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영화라며 “정치적 성격이나 색깔은 없다”고 강조를 했다. 총선을 석 달 앞둔 지금, 41년 전의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개봉이 정치적으로 안 읽힐 리 없다. ‘내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