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지지리도 총리 복이 없다. 집권 4년도 안 돼 사회적 갈등과 시위, 참모의 뇌물 수수,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등의 이유로 벌써 6명을 바꿔야 했다. 돈 때문에 수사 받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수두룩해서 “정당이 돈 받고 자리 주는 프랜차이즈 본사냐” 소리를 듣는다. …
“미중(美中)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에 굳이 도끼눈을 뜰 필요는 없었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할 외교역량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난주 윤 장관이 이 말을 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
독일 사람들은 토론할 때 제일 섹시하다고 한다. 엄격하고 음울해서 일상 대화는 참 재미없지만 진지한 토론에 들어가면 뚜렷한 주관을 어찌나 논리정연한 말솜씨와 어휘로 펼치는지 광채가 난다는 거다.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결과’가 따라야 하는 독일어의 특징에서 비롯된다는 게 ‘독일, …
본인은 테러를 감행했다는데 옆에서 그거 테러 아니거든, 하고 한사코 격하(格下)하는 건 황당한 일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과도(라지만 25cm 길이면 거의 식칼)로 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를 둘러싸고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경찰에 붙잡혀 가면…
역시 ‘영원한 2인자’에 진정한 고향 어른답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포스트 JP’ 이완구 새 총리에게 해준 조언 말이다. “아무래도 여성(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게 남자들보다는 섬세하다. 절대로 거기에 저촉되는 말을 먼저 하지 말고 선행(先行)하지 마라”라고 했던 JP는…
푸핫.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주 ‘만혼(晩婚) 추세 완화’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놨다는 기사를 본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006년부터 66조 원을 저출산비로 퍼부었지만 합계출산율(1.19명) 반등에 실패했다며, 앞으론 초혼 연령 낮추기로 방향을 바꿔 2020년까지 …
박근혜 대통령과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여성이니까’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점일 거다. 한때 나는 ‘여성 칼럼’이라고 낙인찍히기 싫어 여성이나 가정 문제는 일부러 피한 적도 있다. 여자라서 차별받는 것도 원치 않되 혜택받는 건 더 원치 않는 자칭 비(非)페미니스트다. 요즘 슬…
“저는 오늘 아침 청와대에서 벌어진 그동안의 불미스러운 일들과 기강 해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해임하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이런 말로 시작된다면, TV카메라는 방향을 홱 틀어 기자들 얼굴을 잡는 게 좋겠다. 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지난주 모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가 나왔다. ‘문-정-김(문재인 정세균 김한길) 계파초월 경제공부 모임’ ‘계파수장들 단체로 경제과외 받는다’ ‘대선 이기려면 결국 경제…야 거물들 뭉쳤다’. 야당의 아킬레스건이 종북과 경제라고 여겨온 나는 눈 비비고 다시 봤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남자가 마마보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변하게 만들겠어, 따위의 야무진 희망을 안고 결혼한 사람은 알 것이다. 그때는 콩깍지가 덮였다는 걸. 아무리 애써도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희망을 버리든지 …
대통령은 알고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게 제일 궁금했다. 장관도 못한다는 대통령 얼굴 보기를 매일 하는 사람들이 ‘문고리권력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이다. 이들을 포함해 ‘십상시’라는 청…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 기념 만찬행사는 작은 노무현공화국 같았다. 헤드테이블에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빈처럼 앉았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500여 명의 ‘노무현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후원을 맡은 박…
벌써 까마득한 과거 같지만 7월 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대로 가면 침몰한다는 분위기였다. 총리, 장관 인사마다 억장 무너지게 만드는 발표가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레임덕 대통령에 ‘마마보이 새누리당’이란 말까지 나돌았다. 위기감에 초·재선의원 …
‘무대’의 사과는 화끈했다. 무성 대장이라는 별명답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지 딱 하루 만에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계신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용서를 구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광재 의원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병역 기피를 위해 제 손으로 오른쪽 검지를 잘랐다는 논란이 들끓던 때였다. 사과문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는 잘못한 게 없다. “1986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