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 지구상에 또 있었다.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하루 뒤인 2003년 2월 26일 취임한 그는 “서민들 편에서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겠다”던 포퓰리스트였다. 그해 10월 국가정보원은…
단순 과격하게 말한다면, 유럽 남자는 마리오 계(系)와 실비오 계로 나눌 수 있다. 이탈리아 정치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다큐멘터리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친구’를 유튜브에서 보며 한 생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출신의 이탈리아 전 총리 마리오 몬티(70)는 유능하고도 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베를레몽 빌딩에선 매일 정오 언론 브리핑이 열린다. 보통 영어와 프랑스어로 동시통역되는데 지난달 29일엔 그리스어까지 12개 언어가 등장했다. “구조개혁과 건전한 재정이 건강한 경제의 근본입니다. 지금 행동을 취해야만 유럽이…
유럽에서 저가항공을 타본 사람은 라이언에어의 명성을 안다. 우선 싸다. 내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달 뒤에 갈 아일랜드 더블린 왕복을 지금 예약하면 39.98유로(약 6만 원)에 가능하다. 다만 주의점이 많다. 환불이 안 되니 비행기를 안 탄 대도 항공사에 알릴 필요가 없다…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아들의 생일. 22일 불멸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탄생 200주년 잔치를 앞둔 그의 고향 독일 라이프치히 공기는 야릇하고도 미묘했다. 페스티벌 공식 개막일인 16일보다 내가 일주일 먼저 찾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념일 전야제로 바그너 …
내가 지금 와 있는 벨기에 명물 중 하나가 와플이다. 벌집처럼 격자무늬가 찍힌 바삭한 호떡인데, 길거리 간식으로도 좋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우리가 밥 먹듯 먹는다. 별명이 ‘와플맨’인 바르트 더 베버르 앤트워프 시장은 “크림을 듬뿍 얹은 와플을 끊고 몸무게 60kg을 줄였다”며 지난해 …
양건 감사원장은 헌법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2년 전 감사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 “학자적 양심과 신념을 걸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감사원 최대의 가치로 여기겠다”고 한 발언에는 헌법 학자다운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뜻밖의 말을 했다. “이런저런 견해가 있지만 …
오랜 독재와 부패로 악명 높던 공룡 정당이었다. 대통령 후보자는 변화와 약속을 강조했지만 콘텐츠 부족이라는 비판에...
지난주 민주통합당에선 “정부조직법 타결시키고 ‘링컨’ 같이 보자. 영화 티켓 발권은 청와대 몫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 소감에서 ‘링컨’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한 게 자극이 된 듯하다. 그는 영화를 본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일본역사를 하나의 옷감으로 본다면 그 중심에 있는 실이 바로 천황이라고 생각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06년 처음 총리가 되기 전에 ‘아베 신조 대론집’에서 밝힌 황국사관이다. 그는 역사왜곡 주도세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1996년 나오기 전부터 자민당 ‘…
여자들이 선망하는 ‘시월드’가 공직자 집안이다. 미혼여성뿐 아니라 딸을 둔 엄마들도 시아버지 자리가 공무원 군인 교사 출신이면 아주 반색을 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교원연금을 넉넉하게 받으니 자식에게 손 내밀지 않을 게 분명해서다. 박근혜 차기 정부의 첫 조각은 우리 시대 진짜 특…
대통령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시켜 장관급 실장을 두겠다는 발표가 나온 순간, 또 명치끝이 답답해졌다. “차관이 장일 때와 장관이 장일 때 (경호실) 사기가 달라진다”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설명엔 가슴속에 매달린 납덩이가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고 박근혜(…
“매사에 경쟁적인 한국인들은 삼성에서 자신들이 갖고 싶어 하는 속성을 본다. 야망, 속도, 환경에 융통성 있게 적응해 최고를 유지하는 능력을.”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가 경제민주화이고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최근 기사의 한 토막이다. “나는 재벌이 싫지만 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