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토요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에 들어서는 기자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입구에서 인사를 건네는 직원 두 명과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애써 당당한 척 어깨를 펴 보았다. ‘내가 갑(甲)이다, 내가 갑이다….’&nbs
“요리 많이 안 해보셨구나?” 할란(割卵)검사(계란을 깨 신선도를 측정하는 검사)에 쓸 계란을 고무주걱으로 두드리는 기자에게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김희원 품질평가사가 말했다. 계란을 깨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라면, 프라이, 스크램블 에그처럼 간편한 요리에는
“들어가면 추워서 몸이 떨릴 거예요. 돼지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느라 작업장 내부 온도를 늘 10도로 맞춰 놓거든요.” 돼지고기 가공공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임해관 씨(39)가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춥길
“네, 들어오세요!” 13일 오전 8시. 연면적 약 1만 m²의 파도풀을 ‘전세’낸 이종호 오션월드 안전요원(29)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 걸린 사람 좋은 웃음에 믿음이 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등 뒤에 둘러맨 공기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웨딩드레스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드레스들은 경쟁하듯 순백색을 뽐내는데 눈앞은 캄캄해졌다. 어색한 장소, 낯선 사람, 그리고 경직된 분위기.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더니 그때서야 여유가 좀 생겼다. 천천히 ‘피팅룸’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눈은 풀려 ‘무아지경’의 상태. 후끈거리는 열기로 코에선 콧물이 흐르는데 입은 바싹 말라 목이 탄다. 손목이 욱신거려 잠깐 팔...
“‘욕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더라고요. 욕도 이렇게 화려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깜짝깜짝 놀라요. 어떻게 듣도 보도 못한 그런 욕들을 만들어 내는지….” 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층의 한 사무...
“1분 만에 한 학기가 결정 나 버렸어….” 8일 오전 수강신청을 마친 한 여학생의 지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나머지 두 과목은 일단 아무 거나 넣어 두자.” “역시 수강신청은 운이야.” 이런저런 하소연이 이어진다. “나, 이번에 올킬 했어(원하는 과목을 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빨래 짜듯 비트는 기분. 하체는 왼쪽, 상체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데 순간 척추가 휘는 줄 알았다. 고통스러우면 탭(상대방, 자신의 몸, 바닥 등을 두드리는 행위. 종합격투기에서 항복을 의미)을 치라던 조언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컥컥’거리며
“계산하기 전에 진동 벨을 눌러 대기번호를 설정해주셔야 돼요. 이 버튼 보이시죠?”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영어로 다시 한 번 설명해 줘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이 정확히 한글로 ‘대기번호’라고 적힌 버
‘좌측 세종 E-3-1.’ 세종대왕의 턱수염 일부와 오른쪽 어깨 부분 용포를 그린 부분이다. 그림이 인쇄된 가로 120cm, 세로 100cm 크기의 항공기 외부 전용필름(모델명 VS7704)을 조심스럽게 항공기 동체의 지정된 지점에 붙였다. 창문이 있는 부분이라 필름을 창문틀 모양에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 작은 야구 글러브를 자전거 손잡이에 끼우고 막 페달을 밟으려는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아이는 어색한 침묵만을 남겨둔 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다 막 교문
《 “하나, 둘, 셋∼큐!” 드라마 연출자의 사인이 내려지자 세트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발소리,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때 등장한 남녀 주연 배우. 어깨를 맞대고 앉아 눈빛을 교환한다. 거사를 앞둔 낭군님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에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어
‘버리고 갈 것인가, 가지고 갈 것인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도로에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빗물이 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운전석 밑 시트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순간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여도….” 노래 가사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자우림’의 ‘팬이야’는 기자의 노래방 ‘18번곡’인데, 적막한 연습실에서 익숙지 않은 반주에 맞춰 부르려니 시작부터 목이 잠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