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shop, therefore I am’ - 바버라 크루거, 1987년 》 며칠 동안 입원을 했다. 병실에서도 삶은 계속돼야 하는 고로, 살림살이가 필요했다. 쇼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 주사라도 맞은 듯 발딱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 내 편의점으로 달려갔다(다리를 …
《 “나의 빈이다!”-MBC ‘해를 품은 달’ 》 시청률 40%를 돌파한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은 시청률 말고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 나름 기록될 만한 업적을 남겼다. 가장 가슴 아프고 가장 아름다운 아역 출연 장면들이 그것이다. 아역이 출연한 첫 6
《“지하철 플랫폼에서 대형 지네나 악어가 굵은 몸통을 밀며 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란색 안전선 안에서 줄을 맞춰 기다려도 내가 정말 기다리는 것들은 오지 않았다.”- 윤고은, ‘무중력증후군’》중간고사 스타트를 끊기 하루 전날 밤. 책상 위에 쌓인 책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키즈 리턴’(1996년)》소리가 나는 그림을 이따금 만난다. 손등을 물어뜯어 짓눌러 끄려 하는데 귓등 언저리로 새어나와 버린 흐느낌 같은 소리다. 언저리 발소리 숨소리가 묘하게 잦아든다. 감상은 행복하다. 하지만 매번 드는 생각은 그 화
《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난 지금입니다.”-만화 ‘슬램덩크’ 중에서 》 취미 삼아 다니는 권투도장 위층엔 묘한 간판의 ‘체육관’이 하나 더 있다. 일종의 사교댄스 클럽 같은데,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주차관리인에게 “운동하러 왔소”라
《 “그것은 당신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일본 NTV, ‘가정부 미타’ 》 최종회 시청률 40%, 평균 시청률 24.8%.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일본 NTV의 지난해 4분기 수목드라마 ‘가정부 미타(家政婦のミタ)’는 최근 10년 새 일본드라마(일드)에선 찾아보기 힘든 높은 시청
《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 문득 오래 전, 아주 먼 곳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대기 중일
《 “언제나 너 자신으로서 살아가렴.”-‘빌리 엘리어트’(2000년) 중에서 》 20대 때. 모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날이면 배트맨 슈트를 걸친 양 자신만만했다. 무지하여 용감했음을 알아차린 건 서른이 지나서였다. 재킷은 터무니없이 컸고 바지는 우스꽝스럽게 길었다. 마흔
《 “군대에서도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방법 같은 건 배우지 못했어. 그곳에서 배운 건 단 하나, 살아남으려는 용기를 가지지 못한 자는 싸우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는 거야.”- 만화 ‘마스터 키튼’ 중에서 》 간만의 선후배 술자리.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겠지만, 이직(
《 “나는 ‘닥터’라니까.”(I’m THE Doctor.)-‘닥터 후’ 시즌 4 (영국 BBC) 》 안녕, 닥터. 이렇게 부르면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겠군요. 영국식 발음으로 ‘독타’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됐으며, 가장 인기 있는 공상과학(SF) 드라마의
《 “분명 날이 갈수록 우리의 기억은 희미해질 거예요. 종이와 잉크로 기억의 남은 흔적들을 적어 이들이 당신보다 더 오래 살게 할 수 없을까요?”- 쿳시 ‘포(FOE)’ 》 “덮어주세요. 당신의 양심을 믿습니다.” 꽤 오랫동안, 새 일기장을 구입할 때마다 첫 페이지에 굵
흔하고 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전설 같은 잠언. 이제는.세월과 함께 은은한 광채를 덧입어 가는 영화가 있고, 뽀얗게 밝던 빛이 흐릿해지는 영화가 있다.‘죽은 시인의 사회’는, 후자다.이야기가 흔하고 뻔하거나 허황된 탓이 아니다. 1989년의 10대에게 닐과 토드, 찰리
“아무리 나쁜 상황이 되더라도 최악의 길을 피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있어. 사람을 믿지 못하면 자기 스스로 최악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거야.”-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중에서’ 몇 년 전이다. 한 친구가 애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온다던 그녀가 연
“당황스럽습니다만,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시작됐다는 소견입니다.”“…설마요, 저는 이제 서른인데요 선생님.”- ‘천일의 약속’ 가끔 세상은 둘로 나뉜다. ‘김수현 드라마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나는 대체로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 명성만은
《“개는 주인이 매일같이 귀여워하다 갑자기 걷어차더라도 오랫동안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는다. …왜 부당하게 걷어차여야 하냐고 항변하거나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고 자기연민에 빠지지도 않으며, 걷어차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태업을 하거나 탄식하지도 않는다.”―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