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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려고?” 회사원 심규성 씨가 2020년 8월 태어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자 주변에선 응원보다 걱정을 내비쳤다. “육아휴직 하는 남자는 처음 봤다” “회사가 괜찮다고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도 심 씨가 육아휴직을 한 건 아이와 함께 누워 낮잠을 자…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가 말기로 치닫던 1986년의 남아공. 농장주 가족의 일원인 아모르는 사춘기 소녀다. 어느 날 아모르의 엄마 레이첼이 병을 앓다가 죽는다. 아프리카너(남아프리카에 사는 네덜란드계 백인)인 아모르의 고모와 고모부는 유대교로 개종한…
1859년 ‘로열 차터’호는 호주 금광에서 금을 가득 싣고 영국 리버풀로 향하다 웨일스 북부 해안 근처에서 난파됐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 450명은 모두 사망했다.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승객들은 금을 포기하지 못하고 함께 가라앉고 말았다. 인간의 소유욕은 이렇게 무섭다. 영국 브…
5월이다. 하늘은 푸르고 연휴도 많고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은 계절이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니 나만 친구가 없고 어디를 가려고 해도 예약이 꽉 차 있다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알리바바와 수수께끼의 비적단’을 펼쳐 보자. 여기서 ‘비적단’은 비적(匪賊)이 아니고 날아다니는 비적…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필요할 때는 경쟁적이고, 가능할 때는 협력적이며, 불가피할 때는 적대적일 것입니다.” 2021년 3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 등 중국학 전문가들은 …
아버지의 헝클어진 뒷모습을 본다. 낮잠을 한숨 주무시고 나오셨나. 납작하게 눌린 아버지 뒷머리에 초가을 오후 햇살이 내려앉는다. 한 살배기 아기 정수리에 소용돌이치듯 솟아난 보드랍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같네. 눈에 띄게 헐렁해진 아버지 허리춤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당신의 남은 시간들이…
아침마다 어린이집으로 출근하는 건전지 엄마. 비눗방울총 속에서 비눗방울을 만들어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체온계 안에선 아이들의 열을 재는 데 힘을 보탠다. 점심시간에는 전동 거품기 속으로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재운 뒤 마당에 …
“저를 쫓아다니는 남자 말인데, 실은 제 친오빠입니다.” 일본 도쿄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바 ‘트랩 핸드’. 40대 여성 가즈미는 가게 주인 다케시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가즈미는 부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병으로 죽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자 평소 연을 끊고 지내…
친구들과의 모임 날, 서른네 살 주인공 바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애 안 낳을 거야. 일하고 싶거든.” 그러나 집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쉬운 자세’를 취하고, 임신이 잘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한다. 바다 자신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마음이 확실하지 않지만 친정과 시댁의 ‘…
● 언마스크드(폴 홀스 지음·고현석 옮김·황소자리)=미국 연쇄 살인마 ‘골든스테이트 킬러’를 2018년 검거한 미국 과학수사대(CSI) 수사관의 회고록. 범죄자를 추적하는 동안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자녀를 돌보지 못했던 저자의 개인적 고통도 담겼다. 2만2000원. ● 불확실성…
아내가 낯설어졌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던 아내였다. 그러던 아내가 폭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삼켜 실려 가는가 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간염이 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거듭됐다…
갈수록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에 불과하고,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한다. 수시로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람에, 알람이 없어도 혹시 친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새로 올린 사진이 없나 확…
어쩌다 시골에서 버스를 탈 일이 있으면 맨 앞자리에 앉는 걸 좋아한다. 전면 통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충북 괴산군에서 버스를 모는 저자의 눈에는 다른 것이 들어온다. 시골 사람들의 삶이다. 시골에는 노인들이 많다. 2019년 저자가 …
“지난해 7월 재출간된 장편소설 ‘파친코’(인플루엔셜) 이후 오랜만의 대어(大魚)다.” 최근 출판계 관계자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의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이 13일 일본에서 출간된 것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선인세가 20억 원 이상에 달한 ‘파친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