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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사학자이자 현대미술 큐레이터인 어맨다는 키가 120cm인 저신장 장애인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강연하는 그는 강의실 앞에 설 때마다 늘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모든 강연대가 적어도 키가 150cm 이상인 ‘정상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맨다는 상자 받침대를 놓…
햇볕이 내리쬐는 기분 좋은 오후. 갑자기 하늘에 수상한 무언가가 나타난다. 검은 구름 한 조각이 나타난 것. “저기 좀 봐!” 누군가 검은 구름을 가리킨다. “이런, 비가 오려나 보네.” 사람들은 하나둘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검은 구름은 당황스럽다. “난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왜 다…
●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장강명 지음·유유히)=기자에서 전업 소설가가 된 저자가 소설가로 살아가는 의미를 쓴 에세이. 소설가를 일을 할수록 영혼이 충만해지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논란을 옹호한 출판사 창비를 비판한 글도 함께 실렸다. 1만8000원.● 범죄자 마인…
“난 그 여자 불편해. 자기만 그렸잖아.” 한 지인이 저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 여자’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다. 그는 멕시코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이다. 평생을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편…
“우리가 경험하는 죽음의 문제는 마치 주사위 놀이 같다.” 저자는 노화, 돌봄, 죽음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주사위 놀이’에 비유한다. 행운을 기대하며 주사위를 던지듯, 사회는 죽음을 가볍게 다뤄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 일본 등…
현대인은 최선을 다하는데도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품고 산다. 일 돈 사랑 관계 등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핍감이 스스로를 자극한다. 이런 마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세상에서 주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커진다. ‘부족하다는 느낌’은 소모적인 사회…
집 안에 있는 우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산은 집 밖에서 비를 만나야만 제 존재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어떤 마음도 그렇다. 꼭꼭 숨기고 감추어서는 소용없는 마음이 있다. 가슴속에서 꺼내어 활짝 폈을 때, 누군가의 우중충한 마음 위에 씌워줬을 때라야 숨 쉬는 마음이 있다. 우산이…
어느 것이나 살펴보면 스러지고 썩어지는 것이 원칙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주는 적멸하고 인류는 사멸합니다. 그러나 이 멸망해 가는 우주와 인류 간에도 영구불멸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신념이요 지성이요 진리요 사랑이외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멸망해서 자취를 찾을 수 없으나 그대…
2018년부터 스위스에선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면 처벌받는다. 갑각류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0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문어와 인간 사이의 교감과 우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진화의 계통수에서 우리와 멀리 떨어진 동물들도 마음이 …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는 농인 부모 이상국 씨와 길경희 씨 사이에서 태어난 ‘코다(CODA·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비청각장애인)’다. 저자가 일본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저자는 이렇게 …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죽음을 무서워하기보다 운명으로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는 저자이지만 병약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냈던 유소년기의 기억이 선명하다.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건강 상태는 저…
●서울은 기억이다(연구모임 공간담화, 도시사학회 지음·서해문집)=도시사학 전문가 12명이 오늘의 서울을 만든 시공간의 역사를 분석했다. 한양도성 번영기부터 도성 밖 외곽 개발사까지 서울에 깃든 기억과 역사를 추적한다. 광화문과 강남 등 14개 동네의 역사를 짚으며 재개발의 명암을 조명…
미나는 노랗고 귀여운 새를 데리고 숲으로 갔습니다. “나는 작은 새야, 드디어 숲이야! 좋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 봐.”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현대 중국을 만든 이’를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상하이는 이들이 집권하기 전인 1930년대에도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 버금가는 스카이라인을 갖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 1895년 이미 영국 런던 수준의 전차 체계를 …
프랑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클로드 무샤르가 들려주는 일화다. 남도의 한 식당에 앉아서 소설가 이청준(1939∼2008)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청준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불이 꺼지는 게 무서웠소.” 이 말에 무샤르의 얼굴이 눈물로 젖는다. 국그릇에 눈물을 떨어뜨리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