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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년 여름 독일 장크트갈렌 수도원의 서가. 먼지 쌓인 장서가 가득한 이곳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의 필경사 포조 브라촐리니(1380∼1459)가 ‘보물’을 찾고 있었다. 혹시 중세 암흑기를 거치며 자취를 감춘 고대 그리스·로마의 명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운명처럼 ‘웅변가교육…
인간은 왜 얼굴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렸을까. 화장의 시작은 단순히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있지 않았다. 남아프리카 동굴에서 발견된 붉은 ‘오커’(황토)는 수만 년 전 사람들이 몸과 얼굴에 발라 집단의 소속임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오커를 바르는 행위를 통해 고대인은 적…
공중 곡예를 하는 피에로 우첼로는 서커스단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예사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우첼로는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려고 애쓴다. 공연이 끝난 뒤 우첼로에게 남는 건 외로움과 불안감이다. 사랑받고 싶지만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복잡한 감정이 우첼로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어느 날 …
나는 인간이 책을 손에 쥘 때 느끼는 순수한 마음의 움직임이 좋다.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되길 바라며 눈앞에 있는 책을 손에 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설령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서점을 만들고 싶다. ‘…
“리더가 있는 무리가 없는 무리보다 거의 예외 없이 훨씬 더 성공적이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생명과학전공 교수인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조명한다. 리더십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리더십에 관한 다른 책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리더십을,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닌 생명체의 …
“보르비콩트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만들어라.” 프랑스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궁전 정원엔 ‘태양왕’ 루이 14세(재위 1643∼1715년)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 녹아 있다. 당시 재무장관 니콜라 푸케(1615∼1680)가 세운 보르비콩트 성의 정원을 보고 질투를 느낀 루이 14세…
● 조용한 퇴사(이호건 지음·월요일의꿈)=팬데믹 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조용한 퇴사’(심리적 퇴사) 열풍의 원인을 분석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와 사랑하려면 상대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듯, 조직도 MZ세대의 가치관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1만7800…
세계 최고령 애크러배틱 살사 댄서로 기네스북에 오른 패디 존스(89)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무대에 선다. 구순을 앞둔 백발노인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골반을 비틀며 화려한 살사 댄스를 선보인다.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도 마신 걸까. 그의 전성기는 80세부터 시작됐다. …
디지털 시대, 사람들이 글로 주고받는 대화는 스마트폰 대화 애플리케이션(앱)의 입력창 한 줄을 다 채우지 않을 때도 많다. 현대인의 일상적인 글은 갈수록 짧아지고 이에 따라 문해력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심심(甚深)한 사과’ 표현에 대해 ‘사과를 심심하게 한다…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초 전 세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고통의 20%는 말라리아와 결핵, 폐렴, 설사 등의 탓이었다고 한다. 모두 가난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그러나 이들 질병에 대한 연구비는 전체 생의학 연구비의 0.5%도 안 됐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
“영화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 콘텐츠 붐이 이젠 게임으로 이어질 겁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서 일하다 최근 게임 회사로 이직한 이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간 한국 콘텐츠의 미래가 게임에 있다는 것이다.…
고래는 슬픈 역사 속에서 배태된 문화적 아이콘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나은 세상을 향한 염원이 체화된 신화적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라는 정호승의 시처럼 고래는 청춘들이 누리지 못한 생명력과 리비도의 모체가 되었…
태초에 항문이 있었다. 입도, 뇌도, 심장도 아니다.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은 바로 항문이다. 배아가 세포 분열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 ‘원구’라는 중심이 생긴다. 태아는 이 구멍을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이 구멍이 태아의 항문이 된다. 뇌와 심장이 만들어지기도…
빨간 장갑은 겨울마다 꼬마의 단짝이 된다. 꼬마가 새하얀 눈을 꾹꾹 눌러 눈덩이를 만들 때 왼쪽 장갑, 오른쪽 장갑은 함께 돕는다. 꼬마가 처음 눈사람을 만들 때도 힘을 모았다. 어느 날, 꼬마가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렸다. 왼쪽 장갑은 홀로 집에 돌아왔다. 항상 나란히 함께했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