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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에 담은 건 달랑 만년필 한 자루. 주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 년간 매일 쓰던 거라 정들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택배 수령자는 만년필 수리공인 저자다. 저자는 지금까지 1만 자루가 넘는 만년필을 손봤다. 전국 각지에서 수리를 부탁하며 만년…
19세기 후반 한일 양국의 지도자인 고종과 메이지 천황은 닮은 점이 많다. 같은 해 태어나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모두 왕위에 올랐고, 개항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어땠을까. 저자는 일본의 정한론(征韓論·조선침략론) 파동과 조선의 청군 파병 요청을 들어 비교한…
○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송호근 지음·문학사상)=칼럼니스트이자 사회학자로 유명한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의 연작소설집. 꽃이 피고 지는 순간을 모티브로 단편소설 6편을 담았다. 간결하고 밀도 있게 써내려간 문장을 읽다 보면 사회학자가 아닌 소설가 송호근을 만날 수 있다. 1만4000원…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것들이 결국 그에 대해 아는 전부가 된다.” 책머리에 실린 T S 엘리엇의 시를 읽고 책장을 넘기면 먼저 이런 문장과 만나게 된다. “신발은 항상 나온다. 지진, 사고, 화재 등 사건과 상관없이 신발은 어디에서나 보인다. 가끔은 발…
나치 독일을 연구하는 수많은 역사가에겐 공통점이 있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악마적 면모를 해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간 충분히 언급되지 않았던 관점으로 나치 독일과 히틀러를 분석한다. 나치와 히틀러가 모르핀, 코카인 등 마약성 약물을 통치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
“지나온 삶에는 여러 성공과 실패가 섞여 있다. 내 낚싯줄에 어떤 물고기가 걸릴지 알 수 없듯, 성공도 실패도 내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저자는 소설책을 읽을 때 밑줄을 잘 긋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1952년 발표한 중편소설 ‘노인…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절대로 안 돌아가겠습니다.” 최근 청춘을 주제로 책을 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청춘을 아련하게, 아름답게 추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 역시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청춘에게 학교를 졸업한…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정보를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시각이라 여겼다. 하지만 저자는 ‘시각이 사유를 좌우한다’는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본인이 ‘시각을 잃은’ 이였기 때문이다. 비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10대 …
엄마의 초본에 따르면 나는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엄마의 주소들과 그곳에 머문 짧은 시간이 불행을 향해 딱딱 아귀를 맞출 때 나는 안도했다. 불행의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엄마에게 다른 삶이란 가능하지 않았을 거란 식의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단단히 굳어 …
“내 나이를 쓰려거든 ‘수천 살’이라고 해줘요.” 배우 김혜자가 기자들을 만날 때 하는 말이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 했던 그는 정말로 그 삶을 다 살아낸 듯 연기해 왔다. 1961년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해 ‘전원일기’(1980∼2002년), ‘…
살면서 벽에 부딪혀 절실히 답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해답은 조금은 마음을 비운 채,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얻을 수도 있다. 20여 년간 브랜드·마케팅 전략가로 일해 온 저자는 자신이 창의성을 잃었단 느낌을 받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부딪힌…
○ 쓰는 직업(곽아람 지음·마음산책)=20년 차 일간지 기자의 에세이. 사회부 수습기자 시절부터 문화부 출판팀장이 되기까지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담았다. 회사에서 부침을 겪을 때 글쓰기로 자아를 되찾은 경험담을 통해 일과 개인의 삶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알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