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3,941
구독
만성통증은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미국인 하워드 해리스는 6·25전쟁에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참전용사. 용맹했던 그를 바꾼 건 찰나의 사고였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허리가 툭 하고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의사는 단순 근육경련이라 진단했지만, 이후 순간순…
상상해 보자. 지금 나는 불치병 말기인 상태이며 매 순간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연속이다. 의사는 내가 앞으로 몇 개월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 내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일이 허용되어선 안 되는가? 최소한 예전보다는 ‘허용해야 한…
“할머니는 소인이 찍힌 한 장의 우표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작고, 평면적이고, 어느 날 삶의 쓰임새를 다해 이제는 극도로 조용하게 우표 책에 꽂혀 계신 분.” 어디 할머니만 그럴까. 자식들은 다 그렇다. 부모님의 젊은 날도 가늠이 안 된다. 아니, 별로 상상해 보지 않는다. …
서점을 휩쓴 베스트셀러 제목들을 보면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2008년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가 화제였는데, 2018년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더퀘스트)가 인기였다. 최근엔 ‘오십’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뭘 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야. 처음에 네가 시골에 온다고 할 때, 시골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어. 그런데 널 보며 다시 배웠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는 걸. 비 젖은 길에 홀로 켜 …
“저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습니다.”(르브론 제임스) 우리도 안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킹 르브론’. 그 정도 거만은 떨어도 된다.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가 걸리긴 해도, 마이클 조던 말고 NBA에서 황제나 왕이란 칭호가 어울릴 이가 또 있을까. 잘…
쓰레기가 점령해 버린 세상. 바닷속엔 물고기 등 생명체가 살지 않고 온통 쓰레기뿐이다. 수난과 카이 자매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섬 ‘수나카이’에 산다. 수나카이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쌓여 생긴 섬이다. 두 자매는 바닷속 쓰레기 중 쓸 만한 물건을 찾아 상인들에게 팔며 생…
엄마 ‘라비’는 생후 4개월 된 딸을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딸의 손가락을 마구 만져도 관심이 없다. 모유 수유를 할 때가 돼서야 무표정한 얼굴로 젖을 먹일 뿐이다. 나이지리아 하우사족 여성들은 자신의 장남이나 장녀와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을 금지하는 ‘친족…
“강혁아, 이게 무슨 그림이냐?” “불타는 학교요. 학교가 불타고 있어요. 하하하.” 한 아이가 도화지에 온통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불타는 학교를 그렸다. “학교는 지옥”이라고 했던 그 아이는 서서히 바뀌어 수업이 너무 짧다며 100교시 수업을 하자고 매달린다. 이 책은 …
○ 항행력(캐스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열린책들)=‘넛지’의 공동저자가 2018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그상 수상 당시 남긴 강연 내용을 엮었다. 평범한 시민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해선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이 현…
17세기 후반 러시아에는 ‘수염세’라는 게 있었다. 표트르 황제(1672∼1725)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정돈한다는 명분 아래 전국 귀족들에게 ‘수염 면도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무용지물. 귀족들은 반드시 수염을 지키겠다며 반발했다. 콧대 높은 귀족을 꺾을 묘수는 없을까. …
끔찍한 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한 남자가 있다.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았고, 그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뇌를 갈아 끼우는 ‘복제 몸 수술’ 보험도 들어 놓았다. 문제는 몸이 완성되기까지 2년 동안 뇌를 보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 고민에 빠진 아내에게 보험사 직원은 “저렴한 방법…
16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그건 어찌 보면 한 장의 ‘기차 시간표’가 좌지우지했다. 1914년 6월 사라예보 암살 사건에서 촉발된 전쟁의 이면엔 ‘슐리펜 계획’이 있었다. 독일의 기차를 이용한 전시 동원 계획을 말한다. 당시 유럽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