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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앞에서 수없이 망설이며 돌아섰던 한 성폭력 피해자는 2010년 고소를 결심한다. 혼자였다. 가족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남은 건 단절된 경력과 사라진 인간관계, 악화된 신체와 정신건강이었다. ‘그때 내…
“소리도 미는 것과 당기는 것이 다르다. 당기는 소리는 슥삭슥삭에서 ‘삭’을 담당한다. ‘스와아악’이 더 정확한 묘사이겠지만.” 톱질의 소리를 묘사한 내용의 일부다. 평소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저자는 반려공구라는 새로운 단어를 던졌다. 반려동물처럼 삶의 …
○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한승헌 지음·이지출판)=1세대 인권 변호사인 저자가 남긴 유머집이다. 안보 문제, 어려운 경제 상황 등 실제 상황에서 배어 나온 유머라 씁쓸하면서도 여운이 남는다. 1만6000원. ○ 차가운 평화의 시대(최계영 지음·인문공간)=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2020년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비롯해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최악의 한 해였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던 2020년 4월 초엔 7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신청…
“아, 저도 죽게 되면 야스쿠니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요. 역시 그런 교육을 받았으니까, 자연히 그렇게 생각되는 거 아닙니까? 역시… 그게 군인이라면 정말 ‘반드시 죽는다’라는 그런 게 이미 있었으니까요. 살아서 돌아온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한반도를 비롯한…
1818년 영국령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농장. 종신 노예 신분인 흑인 남자아이 조지 워싱턴 블랙이 태어났다.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폭력과 자유의 박탈로 점철됐다. 페이스섬의 한 노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주인은 그 노예를 “도둑놈”이라고 말한다. “노예는 내 소유물인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법정 사건들이 탄탄하고 현실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영우’의 법정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건 드라마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법조인들이 출간한 에세이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실제 각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 지구가 더는 뜨거워지면 안 된다는 사실에 대부분이 공감한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환경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환경 책의 제목엔 ‘재…
누군가에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일본 심리상담가 기무라 하루코와 5년 넘게 상담한 자폐아 Y 군도 말보다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쉬워했다. 기무라는 아이에게 억지로 말을 건네는 대신 작은 모래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을 건물과 나무, 자동차 등 미니어처로 꾸미며 자…
최근 알프스 지역 빙하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최근 입수한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지역의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의 경계선은 매일 5cm씩 후퇴 중이다.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참 아름다운 책이다. 겉보기에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수수한 표지가 맘에 들긴 해도, 펼쳐야 절경이 펼쳐진다. 빼곡히 자리한 식물 사진도 근사하지만, 글이 너무너무 좋다. 솔직히 기대는 크지 않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에서 식물을 연구하는 박사님의 ‘과학에세이’인지라 선입견이…
용기를 내어 손을 뻗고 파도의 표면을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촉감은 무척 생생했다. 이 세상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란 ‘아름답다’나 ‘짜릿하다’ 같은 형용사가 아닌 ‘있다’ ‘보다’ ‘느끼다’ 같은 동사로 온다. 그러니 우리는 자꾸 움직여야 한다. 우울이나 불행에 가…
당신은 어젯밤 11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늘 아침 7시 깨어났다. 세수를 하며 어제 잠들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자. 잠들기 전 당신과 깨어난 후 당신 사이에 놓인 8시간의 ‘빈 시간’은 딱히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잠을 잤을 뿐이니까. 그리고 당연히 당신은 어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