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설마 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지’라고 여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켜 간 결과였다. 막연한 평화주의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어진 평화에 세계가 익숙해진 탓일까. 정치철학자인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0, 21세…
거울을 깨고 싶었다. 피를 흘리고 싶었다. 그 대신 나는 화장실 구석에 주저앉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얼이 빠졌다. 의사에 입에서 나온 ‘정신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내가 미쳤다. 엄마가 들어와 내 등을 쓰다듬었다. “내가 미쳤어.” 나는 흐느끼며 말했다…
인류가 창조해낸 첫 번째 발명품은 뭘까. 영국 고고학자인 저자는 그건 ‘길’이라고 단언한다. 잉글랜드 북서부 산악지대에 있는 랭데일 바위에는 날카로운 돌로 새겨진 암각화가 있다. 약 5000년 전 신석기인들이 새겨 놓은 그림은 고대 채석장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을 안내하는 표지였다.…
숲속 마을에 줄넘기 대회가 열렸다. 돼지가 토끼에게 물었다. “넌 왜 이 대회에 참가 안 하니?” 토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줄넘기는 나한테 너무 쉬워서 시시해”라고 답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꽃 우승 트로피를 본 순간 마음이 확 달라졌다. “내년엔 꼭 줄넘기 대회에 나갈 거야.”…
유년 시절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엄격한 부모님, 학교에서의 따돌림, 단짝 친구와의 이별….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듯 마음이 요동쳤던 경험들이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처음 선보인 장편소설은 위태롭지만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짚어간다. …
“여기에 하루 종일 서 있으면 지루하지 않나요?” “예수님의 그림을 보고 삶에 대해 묵상하고 있죠.”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미국 뉴욕의 성경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과 저자의 대화다. 생존을 위해 다른 직업을 선택했지만, 경비원은 사기 사건 수사관을 꿈꿔 왔다. …
○ 생명 연에서 찾다(최병관 지음·최병관 사진·한울)=비무장지대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린 저자가 15년간 경기 시흥시 관곡지에서 연꽃을 찍으며 쓴 글과 사진을 엮은 책. 저자는 자연 그대로의 색과 형태를 사진에 담으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3만5000원.○ 당신이 지금껏 오해한…
어느 해변은 잔잔함이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파도에 쓸려 온 해초가 썩어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도 있다. 지루하다 싶은 길, 크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길이 나타날 땐 잠시 삶에 빗대어 보곤 한다. 길 또한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양새가 …
서평(書評)은 글을 다룬 글, 곧 메타텍스트다. 타인의 글을 언급하는 만큼 더없이 섬세해야 하며, 객관성과 주관성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줄을 타는 지난한 작업이다. 저자 메리케이 윌머스는 ‘런던 리뷰 오브 북스(LRB)’의 공동 창립자이자 편집자. LRB는 1979년 창간돼 영국 최고의…
토요일 아침. 엄마는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외출한다. 아이는 아빠와 놀이를 할 생각에 신이 났지만 아빠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그때 뉴스를 검색해 보던 아빠가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는다. 결국 아이는 집 밖으로 나와 놀다가 길가에서 하얀 민들레 씨앗을 만난다. 아…
독일 표현주의 화가 가브리엘레 뮌터(1877∼1962)란 이름을 듣곤 러시아 태생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 많은 여성 미술가는 천재…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기에 자기계발은 인류 시작과 함께 존재했다. 영국 켄트대 문화사 교수인 저자는 중국 고대 문헌부터 빅토리아 시대 가정주부를 위한 연감까지 각종 자료를 검토해 자기계발 핵심 전략 10가지를 추렸다. ‘너 자신을 알라’ ‘마음을 다스려라’ ‘지금 이…
○ 라인강이 내게 말하는 것(금창록 지음·미다스북스)=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저자가 라인강 지역을 자전거로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난민, 통일 등 독일의 주요 이슈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괴테, 브람스, 루터 등의 자취를 짚으며 독일의 역사, 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독일 …
‘우리는 더 이상 항해사가 아닌 형을 선고받은 수감자들이었다.’ 해가 뜨지 않는 기나긴 남극의 겨울이 배를 덮쳤다. 귓속을 울리는 칼바람보다 겹겹의 해빙을 탈출할 길이 없다는 공포가 더 매서웠다. 1897년 8월 16일 출항한 벨기에의 남극 탐험선 ‘벨지카호’는 6개월여 뒤인 1898…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 교수인 메리 비어드가 BBC에서 고대 로마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진행한 것에 대해 2012년 영국의 한 유명 TV 평론가는 비난을 쏟아냈다. 비어드가 TV에 출연하기에는 너무 못생겼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비어드는 “나는 고전학자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