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가 기차를 타고 바다에 가는 날. 기차가 출발하자 창밖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언제 내려?” 맞은편에 앉은 동생이 몇 번이나 묻는다. “아직 멀었을걸? 한참 가야 한대.” 잠든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소녀가 답했다. “언니, (기차가) 빨리 가면 좋겠어.” 소녀의 마음…
독일 베를린의 평범한 주부 마리아 니켈은 1942년 자신의 집 인근에서 강제 노동을 하던 유대인 여성 루트 아브라함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아브라함 부부에게 식료품을 가져다주고 출산도 도왔다. 나치 정권의 유대인 강제 이송이 다가오자 가짜 신분증명서도 만들어줬다. 그 덕에 …
책의 첫 장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운 거장 중 한 명인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가 문을 연다. 이 작품은 3m가 넘는 크기에 190개의 꽃이 등장하는데 130개는 실제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목련’은 꽃을 피우기 전의 상태로 묘사돼 있다. 그의 작품…
○ 한국인 이야기: 너 어떻게 살래(이어령 지음·파람북)=우리 시대의 석학인 저자가 별세 직전까지 집필에 몰두한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동서양 고전에 담긴 인(仁) 사상과 문명론 등 방대한 지식을 동원해 인공지능(AI)의 실체를 파고들었다. 1만9000원.○ 그 …
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
어떤 자세는 남보다 더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고, 다른 자세는 남보다 훨씬 쉽게 수행할 수도 있다. 나의 몸도 그날그날 달라서 어제는 되던 자세가 오늘은 안 될 수도 있다. 허리가 평소보다 뻣뻣하거나 눌리는 느낌이 크면 어제보다 안 되는 이유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그저 ‘오…
사상에선 적, 사적으로는 친구. 20세기 위대한 경제학자로 불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1915∼2009)과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관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두 사람은 1965년부터 18년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 칼럼을 통해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해결책, 정부의 …
“지금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딱, 바로 지금요.” 손주는 먼 곳에 떨어져 살기에 자주 보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애틋함을 전한다. 아이는 당장 만날 수 없는 할머니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양한 소통을 시도한다.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아이 특유의 재치 있는 발상과 상상도 펼친다.…
한 노부부는 근처 공원 여러 곳을 수년간 함께 거닐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공원은 할머니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장소가 됐다. 할머니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편의 죽음…
에세이의 힘은 자신의 치부마저 드러내는 ‘진솔함’에서 나온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한 유명인의 그것보다 생활인의 진심이 담긴 에세이 한 편이 훨씬 값진 이유다. 여기에 깊은 성찰이 담긴 시적인 문장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모든 상찬은 오로지 이 책에 해당된다. 저자는 강원 …
○ 패션, 근대를 만나다(변경희 등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패션을 통해 근대 동아시아 역사와 사회경제상, 대중문화를 풀어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패션 전문가 14인이 전통 복식에서 서구식 복식으로 급격히 바뀐 동아시아의 근대 시기 패션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3만5000원.○ …
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
이달 1∼5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지켜보며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국제’ 도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내 작품이나 작가 위주로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작가 김영하의 강연엔 300여 명의 청중이 몰렸지만 주빈국인 콜롬비아 전시관엔 관람객이 붐비지 않았다. 콜롬비아 작가 30여 명이…
개는 천재다. 단어를 익힐 만큼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말과 몸짓에 반응할 줄 알아서다. 견주가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말하면 개는 손이 가리킨 곳을 향해 달려간다. 반면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에 반응하지 않는다. 침팬지는 많은 단어를 외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