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온천 인근에 와인 농장을 일군 이야기를 한국인 소설가 아내가 맛깔 나는 문체로 풀어낸 에세이다. 땅, 숲, 똥, 벌, 술에 관한 향긋한 이야기라니. 읽기 전에 소재만 휙 둘러봐도 수안보에서 뜬금없이 와인 만들기보다는 책 선정에 실패할 확률이 확…
볼품없는 스펙으로 사회에서 도태된 ‘그녀’. 고시원에 웅크리고 살던 그녀는 TV에서 회전초밥을 보고 너무 먹고 싶어 달려 나간다. 가게 창문 너머로 회전초밥을 보던 그녀는 초밥처럼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더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라, 하는 …
흙이 너무 부족하여 차라리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유년기에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충분한 흙과 양분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가 유리병과 깨끗한 물이 되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보건실은 물의 혼탁함을 관찰해 뿌리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
주인공은 초등학생 남자아이. 집에서 엄마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아들’이다. 학교에 가면 수많은 ‘학생’ 중 한 명이다. 학교는 집이 아니고,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기에 아이의 역할 역시 달라진다. 학교에선 규칙을 지켜야 하고, 수업시간엔 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에 귀 기울…
1592년 임진왜란에서 초반에 일본군에 밀리던 조선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건 해전 덕분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수도인 한양까지 점령했고, 선조는 중국 국경까지 도주한 뒤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영토 정복 야심이 현실화되던 시점, 일본 함대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의 …
야사(野史)는 언제 읽어도 재밌다. 여기에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한 사람 이야기가 더해지면 게임 끝이다. 더구나 베일에 싸인 정보기관 이야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 저자가 속편을 냈다. 이번에는 저자 표현대로 시작부터 ‘…
“뭐든 손이 닿는 대로 잡고 썼다. 적십자 종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종이, 선박에 비치된 종이, 주변이 있는 종이에다가, 주로 연필로.”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글쓰기 습관을 묘사한 책의 일부다. 연극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는 일기장을 늘 가…
○ 우주의 일곱 조각(은모든 지음·문학과지성사)=30대 여성 세 명이 일곱 개의 삶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집. 은하는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지만 주어진 환경에 의해 결혼하기도 하고, 배우 성지는 내딛는 세계에 따라 만년 조연에 그치거나 스타가 된다. 양성애자 민주는 …
20세기 초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가난한 작은 마을. 12세 소년 유수프는 갑자기 집을 떠난다. 유수프가 원한 건 아니었다. 호텔을 운영하던 유수프의 아버지는 사업 수완이 없었다. 쌓여가는 빚 대신 아들을 상인에게 팔다시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 유수프는 낯선 마을에 살며 상인 아래…
여름 대목을 앞두고 출판계는 부산하다. 빠듯한 마감 일정에 동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 간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마감을 해낼 수 있을까? 단 3초 만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에 이끌려 이 책을 잡았다. 왜 3초인가? ‘아침마다, 나를 위해 하이파이브!’라는 부제대로 …
이탈리아 볼차노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5300년 전의 미라 ‘외치’는 발견 당시 허리 주머니에 검은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말굽버섯의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말린 것으로, 불을 붙일 때 부싯깃(부싯돌을 때려 생긴 불똥을 받는 마른 물건)으로 쓰였다. 불을 발견한 인류는 불을 붙이는 다양…
이주노동자에 관한 많은 기사가 나온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갖은 범죄에 노출된 처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 당위적으로는 이주노동자의 삶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에 고개는 끄덕일지언정 마음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연루된 고통에 …
일본 근대화가 나카무라 쓰네(1887∼1924)는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는 유년 시절 가족들을 차례로 잃어 스무 살에 혼자가 됐다. 부모는 병으로 죽었고, 러일전쟁에 참전한 큰형은 전사했으며 둘째 형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에 퍼진 결핵은 나카무라를 평생 괴롭혔다. …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박하사탕’은 순간적 선택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줍니다. …(중략)…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만납니다. 과거의 일로 후회가 밀려올 때면 ‘나도 나약한 인간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