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를 보고 금성(LG전자의 옛 이름) 브라운관 TV의 철제 원형 버튼을 ‘드르륵’ 돌리는 모습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연식이 꽤 있는 사람이다. 화학자이자 공상과학(SF) 소설가인 저자는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부재하던 …
마약과 같은 밀수품을 삼킨 뒤 다시 토해내는 방식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스왈로어’ 데이브는 기내에서 한 남성의 죽음을 목격한다. 데이브 옆자리에 앉은 잭은 데이브에게 “저 남자는 아마 헤로인이 담긴 콘돔을 삼켰다가 약물중독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섬뜩한 이야길 한다. 정체불명의 가루가…
세상의 끝은 늘 파란색이었다. 인류가 대양을 항해하기 전 푸른 수평선 너머는 미지의 세계를 뜻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비싼 색은 단연 쪽빛 ‘울트라마린’이었다. 13세기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청금석을 빻아 만든 아프가니스탄산 파란 안료를 ‘올트레마레(Oltremare)’라고 불렀다.…
차분한 목소리로 시인을 소개한다. 시 한 편을 천천히 읽는다. 자신이 느낀 감상을 풀어놓는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을 파고든 최정례의 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을 낭독하곤 “요즘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 나도 당혹스럽다”고, 홀로 사는 삶을 노래한 이원하의 시 ‘제주에서 혼자 살…
가격이 무려 30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에 달하는 햄버거가 있다. 2013년 마크 포스트 생리학과 교수가 선보인 이 햄버거는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가 아닌 인공고기(배양고기)로 만들었다. 배양고기는 동물의 근육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워 만든다.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구…
수만 년 전 인간의 후각은 삶, 죽음과 연결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불과했다. 주로 썩은 고기 냄새를 감지하거나 화재, 포식자와 직면한 사실을 알려주는 기능에 충실했다. 하지만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후각과 향은 여러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미적 쾌…
세 사람이 뭉쳤다. 이전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판단 오류에 취약한 인간을 ‘팩트 폭격’한 카너먼, ‘넛지’에서 똑똑한 선택의 기술을 설명한 선스타인, ‘선택 설계자들’에서 결정의 함정들을 알려준 시보니. 이들이 선택한 주제가 ‘의사결정’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1945년 3월 9일. 미 육군 항공대는 일본 도쿄에 무차별 대규모 공격을 퍼붓는 ‘미팅하우스 작전’을 시작한다. B-29 폭격기 300대로 구성된 제21폭격기 부대는 도쿄 중심가에 폭탄을 무더기로 떨어뜨렸다. 대량살상무기인 네이팜탄을 1665t 투하했다. 도시는 화염에 휩싸였다. 여…
“독일인같이 교양 있고 책을 많이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파시즘에 만족할 수는 없다.” 1934년 우익 지식인 에트가어 율리우스 융(1894∼1934)은 나치에 의해 살해당하기 전 이 말을 남겼다. 반(反)지성주의를 내건 파시즘은 이성적인 독일과 양립할 수 없다는 그의 말과…
러시아는 과연 세계 패권 경쟁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수석 외신 특파원으로 세계를 누빈 저자는 2017년 출간한 이 책에서 러시아가 제국의 야망을 버리지 못할 것임을 예측했다. 책에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는데 평소와 달리 거리가 조용하다. 정적을 가르고 학생 한 명을 태운 경찰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학생의 얼굴은 순수해 보이는데 무슨 잘못을 저질러 저런 식으로까지 연행되는 걸까. 이상하다 싶었는데 사실 이날은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한국인은 누구나 아는 이 이야…
○ 피글(도널드 위니코트 지음·담은마음연구소 옮김·에이도스)=세 살 소녀 피글은 동생이 태어난 후 환영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정신분석가인 저자가 2년간 피글을 치료한 내용을 정리했다. 둘이 나눈 대화부터 저자의 분석, 피글 부모의 편지까지, 아이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1만…
생태계 위기의 시대는 그 어느 때와도 다른 혁명적인 문학(관)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것은 곧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지금 자신과 이 행성에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하는 피할 재간이 없는 ‘최초의 질문’에 봉착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생태주의 …
소녀는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와 서먹해졌다. 고작 몇 달간의 겨울방학 동안 만나지 못한 게 이유였다. 수업이 끝나면 함께 시간을 보냈고, 하굣길에서도 끊임없이 수다를 주고받던 사이였다. 개학 첫날, 학교에서 마주친 친구와 어쩐지 어색해 눈을 피했다.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