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 증가가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주장한 이론이다. 그는 1946∼70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30여 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남 담양군에는 가사문학(歌辭文學)면이 있다. 면 단위 행정구역의 이름이다. 관동별곡부터 사미인곡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가사문학 작품에는 유독 담양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이른바 ‘담양 18가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 인터뷰 연재로 유명한 현직 언론인과 오랫동안 …
일본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우라모토 마나부는 영업부 직원이다. 이번에도 거래처 출판사의 뒤늦은 주문 사항을 인쇄제조부 노즈에 마사요시 계장에게 밀어 넣느라 쩔쩔맨다. 계획에 없던 인쇄는 ‘별색’ 작업. 일반적으로 인쇄에 들어가는 색은 자주 파랑 검정 노랑 등 4가지 색 잉…
세계화의 시계를 1492년이 아닌 1000년으로 되돌려놓은 책이다. 1492년은 역사학계가 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나누는 기준점으로 꼽는 해다. 그해 크리스토퍼스 콜럼버스는 스페인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책은 첫 장부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서사를 뒤집는다. 콜럼버스보다…
집, 학교, 직장, 박물관, 관공서, 공원…. 사람들은 도시와 건물을 이야기할 때 보통 ‘나’를 위주로 생각한다. 이왕이면 직장이 지하철역 인근에 있으면 좋고 집 근처엔 공원 하나쯤은 있길 바라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는 유명 학원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개인의 욕구만…
“아름답지 않네?” 최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수포자 고교생 한지우(김동휘)에게 이른바 ‘파이(π) 송’을 들려주며 건네는 말이다. 무리수인 원주율 3.141592…를 각각 음표로 바꿔 피아노로 친 것. 실제로 유튜브에는 파이송 …
7일 오후 7시 반 정보라 작가(46)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된 직후라 소감을 묻기 위해서였다. 지하철 안 시끌시끌한 소음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디를 다녀오…
식당에서는 반드시 구석 자리에 앉는다. 어느 모임에 가든 가장 먼저 자리를 뜬다. 여러 사람이 쳐다보면 말을 하다가 머리가 하얘진다. 갖은 핑계를 대 약속을 취소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내향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스물두 번째 생일날 …
작은 크기의 씨앗은 넓은 세상 속 자신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두렵고 외롭다. 땅과 물과 하늘은 그런 씨앗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넨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보살펴 줄게.” 땅은 흙으로 씨앗을 포근히 감싸 주고 물은 맑은 이슬방울로 씨앗을 적셔 준다. 하늘 역시 햇살로 씨앗을 …
다시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듯이. 누가 보고 있어도 괜찮다는 듯이. 내가 나여서 다행이라는 듯이. 언제든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듯이. 노래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들켜버리고 만다. 좋은 가수는 좋은 작가가 해낸 것과 비슷한 일을 해낸 것인지도 모른…
○ 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 지음·민음사)=현직 방송기자인 저자가 급성중이염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까지 약 200일간 청각이 상실된 상태로 지내며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불편하고 위험한 면면을 생생하게 기록한 체험기. 1만5000원. ○ 기억의 뇌과학(리사 제노바 지음·윤승…
“이 마을에서 18∼40세의 건강한 남성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100위안을 드리죠.” 저자가 과거 중국 농촌지역에 데려간 미국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농담처럼 이 말을 했을 때 해당하는 남성을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상황은 변했다. 농촌 곳곳에서 젊은 남성들이 …
19세기 영국 상징주의 화가 와츠의 유화 ‘희망’은 눈을 가린 여자가 줄 끊어진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화가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희망’으로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다. 세기가 바뀌어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미국 대중에게 이 그림을 소개하며 희망을 전파했다…
한때 우리가 사는 이곳은 헬조선이라 불렸다. 단테의 통찰에 따르면 희망이 사라질 때 지옥문은 열린다. 그런데 왜 희망이 사라졌을까? 희망을 보장해 준다는 것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돈, 권력, 인기 등)도 희망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희망이란 인생의 사막에서 일어서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