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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유롭게 이 거리를 걷고 싶을 뿐이다. 그 누구의 손에도 붙잡히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기대를 심어주지 않고서. 그저 자유롭게 걷고 내달리고 잠들고 싶을 뿐이다. 저 공마은처럼. 바로 당신처럼.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가 여성 자영업자의 고단함과 연대를 그려낸 장편소설.
2016년 12월 4일 미국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소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성이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조직이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 해당 가게…
개구리는 하루가 시작되면 수영장으로 향한다. 팔다리를 움츠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멋지게 헤엄을 친다. 처음부터 수영을 잘했던 건 아니다. 개구리는 놀랍게도 “나도 물이 무서웠어”라고 말한다. 개구리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했을까. 개구리는 깊은 물이 자신을 삼켜 버릴 것 같아도 일단 물속…
2011년 10월 4일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집에 들어섰다. 췌장암에 걸린 잡스의 얼굴은 수척했다. 두 다리는 뻣뻣한 나뭇가지처럼 말라 있었다. 같은 시간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본…
태평양전쟁 발발 직후인 1942년 2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일본 등 적성국 출신 거주자들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이에 따라 약 12만 명의 일본계 미국인 혹은 일본인 체류자들이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에 건설된 수용소로 이주했다. 미국 하버…
● 아무튼, 데모(정보라 지음·위고)=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의 에세이다. 물, 보조배터리, 여행용 휴지, 귀마개 같은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며 집회에 참여하는 일상을 유쾌한 문체에 담았다. 1만2000원. …
친구(親舊).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학교와 직장 등에서 같은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놀라운 우정이 피어날 때가 있다. 시공간적 동질성 외 이들을 묶어낼 만한 …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나는 신이다’를 볼 때였다. 한 사이비 교주가 어마어마하게 큰 예배당에서 설교하는데, 사회자가 “2층 발코니에 천사가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은 환호하고, 손뼉 치고…
1961년 5월 28일 대한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에 장동운 이사장이 취임한다. 그는 같은 해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의 주요 인물이었다. 취임과 동시에 장동운은 서울 안에 고층 단지식 아파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다. 군부는 2년 뒤 민정 이양을 약속했고,…
이금이 작가가 올해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엔 번역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수상했지만, 한국인 글 작가가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금이 작가는 수백…
아마도 그의 트럼펫 연주는 인간의 목소리에 매우 가깝지 않나 싶어요.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쳇 베이커는 정말 로맨틱한 사람이었죠. 동시에 아주 많은 고통도 지니고 있었을 겁니다. 난 그가 사랑과 이해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믿어요.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런…
부지런한 독서는 마오쩌둥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장정에 나서 옌안에서 철수할 때 다른 건 다 버려도 책만은 버리지 않았다. 공산 정권을 수립하고 나서는 수만 권의 책을 모아 개인 장서실을 만들었다. ‘마오의 독서생활’이라는 책이 나와 있을 정도다. 그는 온갖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마음까지 씻고 가.’ 여기는 개욕탕. 개들이 씻는 곳이다.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잠 못 든 개들이 찾아와 목욕을 한다. 얼룩 개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새로 입양된 집의 어린 아이가 얼룩 개를 보며 “못생긴 개는 싫다고오∼” 하며 울었던 것. 얼룩 개는 샴푸를 짜서 머…
“편의점 차리는 건 어때?” 1990년대 중반 30대인 저자는 남편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다. 저자는 유치원, 남편은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자영업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편의점을 차리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