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새로운 물건을 보면 호기심을 보인다. 아직 어린아이는 입에 넣거나 바닥에 내리치는 방법으로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파악하려 하지만 좀 더 자란 아이들은 드라이버를 들고 분해하기도 한다. 만족스레 속을 다 파헤쳐보고 나면 다시 조립을 하지만 대부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사람은 누구나 불안함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가도 문득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불안해진다. 이럴 때는 작은 성취 하나가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 자신이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은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여준다. 물질적인 자산만 …
어릴 적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이 재스민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무척 마음에 들어 하루 종일 걸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 옛날 호모사피엔스는 조개껍데기로 장신구를 만들었으며 어린 아이들도 만개한 꽃을 …
어머니는 이맘때면 찐 감자와 완두콩을 식탁에 올려두신다. 오며가며 한 알씩 주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버지는 요새 애들은 감자 캐는 재미를 모른다고 하신다. 줄기를 잡아당기면 흙 속에서 감자가 줄줄이 딸려 나오는 재미 말이다. 흙에서 뒹굴며 자라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방문을 닫고 친구와 혹은 오롯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은밀한 대화 대부분은 사소한 것이었고 때론 우습기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적 친구에게만 말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이야기를 같은 무게로 바라봐 줄 거라는 믿음 때문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도 …
날씨는 우중충!/어른들은 우중충/나만 바쁘도록 즐겁다!/어른들은 우중충하게 나를 내려다보지만/나는 웃으며 말한다/트릴리, 트릴리, 트릴레이! 여섯 살 소녀 아나 타라소바의 시다. 거센 소나기를 피해 건물 밖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우비를 입고 신이 나 뛰어 들어오던 아이들이 기억난다…
환갑 넘은 부모 세대가 구형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시기가 있으니 손주가 태어날 무렵이다. 어르신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손주 사진을 저장해놓고 서로에게 자랑한다. 부모들은 마음가짐이 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첫아이를 갖게 되지만 조부모들이 손주를 볼 시기에는 시간적 생활적 여…
저 산 너머에는, 저 수평선 너머에는, 저 하늘 너머에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너머를 궁금해 했고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을 품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했다. 콜럼버스와 마르코 폴로를 거슬러 올라 옛 바빌로니아의 상인들까지. 최초의 탐험가들인 오스트랄로피…
어릴 적 난간을 보면 무조건 오르던 기억이 있다. 무리 중 한 명이 오르기 시작하면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이 덩달아 우르르 오르곤 했다. 어른 키보다 한 뼘 정도 높은 난간에서 우리가 보는 풍경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이라도 한 양 매달려 있었다. 인류의 조상은 나무…
초등학교 때 학부모 수업참관일은 반 전체가 들뜬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답도 모르면서 번쩍 손을 들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들지 않아 되레 눈에 띄던 아이였던 나는 틀린 답을 내고도 다시 손을 드는 친구들이 신기했다. 그랬다. 어릴 적 우리들은 다른 답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
어릴 때는 누구나 창조적인 작품 활동을 한다. 내게는 고향집 창문에 쭉 남아 있던 크레파스 낙서가 그중 하나였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 그런 기질들이 묻힌다. 퇴근 후나 휴일의 자투리 시간에 공방을 찾는 직장인들이나 스스로 만들어 보는 DIY에 대한 관심은 잊혀진 기억들을 되살려 보…
파도에 젖은 모래 위로 풀어놓은 아이들만큼 역동적인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바다를 향한 아득한 감정들을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반가워하는 걸까. 바다는 생명의 기원이다. 오랜 시간 생명체는 바닷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그중 일부는 육지로 올라왔다. 영역의 확장은, 그들에게는 아…
쌍둥이를 둔 엄마들은 똑같은 장난감을 두 개씩 사는 일이 잦다. 서로 다른 것을 사면 놀 거리가 두 배로 많아지는데도 제 형제 것을 시샘하기 때문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동서고금 인간의 공통된 모습인 것 같다.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이라 삶이 윤택해져도 행복이 비례해 늘어난다고…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문 앞 병아리 장수의 모습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건강이 좋지 못한 병아리들을 데려와 그 모습에 혹한 아이들에게 파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때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굣길이 즐거웠다. 모든 어린 것들은 귀엽다. 병아리도, 토끼도, 강…
몇 년 전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쓰던 포대기 같은 모양의 아기 띠에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이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포대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아주 어릴 적에나 보았던 모습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 부모의 품은 어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