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丹陽)의 붉은 노을 풍경을 화폭에 옮기는 B그룹 창업주 J회장의 재빠른 붓놀림은 전문화가 솜씨 같다. J회장과 그를 지켜보는 부초미술관 O관장은 남들 눈에는 다정한 부녀(父女)처럼 보인다. “붓을 몇 번 놀리니 캔버스가 금세 벌겋게 타오르는 광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식으로 …
‘1888년 8월 31일 금요일 이른 아침, 지나가던 마부가 시체를 발견했다. 난도질당한 채. 42세 매춘부 메리 앤 니콜슨. 발견 당시 그녀는 귀에서부터 목 아래까지 처참히 절단돼 있었다.’(‘가려진 진실’ 중) 19세기 영국 런던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살인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B그룹 창업자 J회장은 중년 때까지는 돈 버는 일에 영혼까지 바치다시피 했다. 재운(財運)이 좋은지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부(富)를 축적했다. 60대 초반부터는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사라지면서 쓰는 일이 더 고민거리로 떠올랐다.“돈을 우째 쓰모(쓰…
미성(美聲)의 테너 성악가이던 한국인 P씨는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오페라에 캐스팅되기가 어려웠다. 분장으로 이를 감추려 해도 한계가 있었다. 유럽무대에서는 덩치가 작은 동양인이라는 약점도 작용했다. 노래를 아무리 잘 불러도 주역으로 나서기 곤란했다. 조역 또는 단역으로도 부적절했다. …
9년 전 관객에게 충격을 안긴 악마의 이발사가 더 세고 강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준 뮤지컬 ‘스위니 토드’, 올해는 어떨까. 작품은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누명을 쓴 채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발사가 그를…
‘날아올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날 막을 순 없어/ 한계는 무너졌어 내 길을 갈 거야/ 시도하기 전엔 누구도 알 수 없어.’ 뮤지컬 ‘위키드’가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초록 마녀 엘파바와 미워할 수 없는 글린다의 통통 튀는 매력도, 1막의 끝을…
S대 의과대학 K교수는 한 여름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서재의 안락의자에 앉아 인도네시아 산 루왁(Luwak) 커피를 마셔 보았다. 쌉쌀한 맛이 혀를 살며시 자극하더니 향긋한 냄새가 후각을 사로잡는다. 서울시내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1잔에 5만 원 받는다니 ‘귀족 커피’인 셈이…
그림보다는 낙서를 좋아하는 작가 이승섭(23) 씨. 고등학교 때 입시 미술을 준비하면서 지긋지긋하게 그린, 그저 그런 그림보다 차라리 낙서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시간엔 문제 풀이 대신 ‘낙서 삼매경’에 빠졌다. 대학 미술 전공학과의 경우 대부분 수학시험을 안 보니 별 문제될 …
B그룹 창업자 J회장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재력가다. 종합일간지에 얼굴 사진이 게재된 적이 없고 경제신문에는 가물에 콩 나듯 가끔 동정(動靜)이 보도된다. 경제 분야를 오래 취재한 베테랑 기자 가운데도 J회장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극소수다. 바꿔 말하면 J회장과 친분이 있는 언론…
이탈리아 청년 무기고(Mughigo)는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났다. 출생 직전 아버지가 별세한 탓에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마저 남편의 처참한 죽음에 충격을 받아 무기고가 젖먹이 때 기력상실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무기고는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무기고의 아버지는 젊…
《좋은 일에 쓰일 거라 굳게 믿고 비영리 민간단체(NPO)에 기부한 돈, 과연 올바로 쓰였을까. 개인 기부자가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비영리 분야의 투명성 제고는 기부문화 활성화 요건이지만, 기부자는 물론이고 NPO조차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Maga…
‘착하면 손해 보는 사회.’ 우리 사회를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5월 19일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소속 김홍영(33) 검사의 사건을 보면 슬프게도 이 말이 맞는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진다. 2년 차 젊은 검사의 죽음을 두…
《40대 중반의 황기봉 사장은 중견기업의 경영자이자 대주주이다. 매년 상당한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 사장은 최근 해외 주식에 관심이 높아져 5년간 5억 원을 투자할 생각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면서 동시에 절세할 수 있는 상품에는 어떤 …
S대 의과대학 K교수는 이탈리아의 재야(在野) 역사학자 마르티노 박사를 만나러 로마 시내의 힐튼호텔로 향했다. 호텔이 해발 139미터 높이의 ‘몬테 마리오’라는 자그마한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어 택시를 타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돌아 올라갔다. 정상 부근에 이르자 천문대와 천문박물관이…
6월 28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양교도소 대강당.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한 사내에게 재소자 300여 명의 이목이 쏠렸다. 휠체어에서 의자로 옮겨 앉은 남자는 바이올린을 손에 들었다. 이윽고 그의 연주가 시작됐다.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앳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