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을 선언한 9살의 트랜스젠더 에이버리 잭슨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2017년 1월호 표지를 장식한 건 역사적인 사건이다. 제호도 굉장하다. ‘젠더 레볼루션(성 혁명)’. 내셔널 지오그래픽 정도 되는 매체가 갑자기 서슬 퍼런 칼을 빼 들었으니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
독감이 기승이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감기와 독감은 원인부터 다른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감기(common cold)는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 200종이 넘는 …
익선동은 요즘 뜨거운 동네다. 주변이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작은 섬 같은 동네다. 1920년 조성된 한옥 동네가 2004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재개발이 되지 못했다. 전화위복인지, 덕분에 우린 익선동 한옥마을 좁은 골목길의 사랑스러운 풍경…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검찰 수사도 특검으로 이첩됐다. 변기나 수도꼭지부터 매트리스까지, 아니 샴푸까지도 본래 쓰던 물건을 써야만 맘이 편해지는 ‘사생활이 고려되어야 할 여성’은 참모 및 지인들과 함께 ‘공범’으로 추락했다. ‘형광등 1…
12월 10일은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이자 세계인권선언 제68주년 기념일이다. 이날 점심 무렵 서울 정동 경향신문 별관 2층에 쌍용자동차 해고자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연대했던 지인들을 초청해 소박한 송년회를 열고 있었다. “어떻게 지내요?”라고 …
TV를 켜자 연예인이 나왔다. 그에게는 48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48시간 뒤에는 사망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48시간 앞둔 그는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정리하려고 든다. 웃기 어렵지만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괜찮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tvN ‘내게 남은 48시간’은 리얼리티 …
12월 3일, ‘하야하그라’를 크게 써 붙인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의 깃발을 비롯해, 얼룩말 연구회, 범야옹연대, 청와대학교 학생회, 전국 한시적 무성욕자 연합, 전국설명충연합회, 장수풍뎅이 연구회 등 별의별 단체 깃발이 광화문 광장에서 휘날렸다. 이중에 장수풍뎅이 연구회는 실존…
시대는 빠르게 변화한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유행어의 유통기한은 한 달이 채 못 될 정도이고, 어제의 유머가 오늘은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니까. 변화는 너무 빠른 속도로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펼쳐진다. 혼밥, 혼술, 젠더 문제, 다양…
2014년 6월 11일 경남 밀양시 765kv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있었다. 하늘엔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산등성이마다 경찰기동대가 진을 쳤다. 노인들은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쇠사슬로 몸을 묶었고, 용역 직원들은 절단기를 들고 차례차례 움막을 철거했다. 산골짜기에 비명…
2016년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은 자사 대표 모델로 1945년생인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을 선택했다. 백발을 멋지게 빗어 넘기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당당한 표정의 그녀를 일컬어 언론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노인이라 칭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 셀린은 광고모…
문화계에서 한류는 돈이 넘쳐흐르는 유일한 강이었다. 한류에 두 손을 담그면 현찰뭉텅이가 쥐어졌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촬영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현금이 들어있는 포대자루를 끌고 와 촬영이 끝나면 감독과 스텝들에게 현찰로 제작비를 지불했다. 이 때 받는 금액은 …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이른바 힙스터나 트렌드세터들이 최근 촛불집회 인증샷을 많이 올렸다. 집회에 나간 게 멋지고 재미있는 일이 돼서다. 그동안 힙스터나 트렌드세터들은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소비와 문화에서는 아주 적극적이었지만, 정치 얘긴 재미없고 지…
1981년 3월 30일은 미국 대통령에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한 지 69일이 된 날이었다. 그날 오후 2시 27분, 연설을 마치고 워싱턴의 파크 센트럴 호텔을 나서는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1.7초 사이에 6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 정신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가 쏜…
지금 극장가에는 두 영화가 주목 받는다. 한 영화는 포스터에 쓰인 문구가, 또 한 영화는 인물이다. 두 영화 모두 개봉 시기 때문이다. “기막힌 이야기 좀 써봐.” 소설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이야기의 힘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보라고 나무랐다. 그의…
작전명 ‘엑소더스 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옥순(53) 사무총장이 공개한 기습점거 암호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몰린 장애인단체 살림꾼이 숙명적으로 떠맡아야 하는 악역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대인들이 가나안 땅을 찾아가듯이 장애활동가들이 일할 수…